곡물값 폭등이 계속 돼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의 기상 악화에 따른 곡물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해상 운임비까지 상승해 수입단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이 2분기에 본격화 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3일 농촌경제연구원 국제곡물 전망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4.3% 오른 143.6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가격을 전망하는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11.0, 사료용 109.7로 전 분기 대비 각각 8.5%, 9.8% 오를 전망이다.

수입단가지수 상승률이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 상승률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지난달 4월 발틱 건화물 운임지수(BDI)는 한 달 전보다는 18%, 1년 전보다는 258.7%나 상승했다.

중국이 미국산 곡물 수입 규모를 확대하면서 수급 불안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중국은 2018년 시작한 미ㆍ중 무역분쟁과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이슈로 감축한 미국산 곡물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옥수수 수입량은 434만t으로 2019년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3월 미국 등지에서 중국이 수입한 밀과 옥수수는 전년 보다 129.9%, 438.4%씩 늘었다. 콩도 19.1% 증가했다.

올 초 CJ제일제당은 햇반을 7%, 두부를 11.6%, 콩나물을 9.9%, 양념장 4종을 평균 6%, 고추장 5종을 평균 9% 인상했다. 제과업계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총 660개 품목 중 약 14.4%에 해당하는 95개 가격을 인상했다.

평균 인상폭은 5.6%다. 3월에는 SPC삼립이 양산빵 30여 종 가격을 9% 인상했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빵 90여종 가격을 100원씩, 평균 9% 인상했다.

당시 CJ푸드빌 관계자는 "밀가루, 버터, 치즈 등 원재료 가격이 매달 최고가를 경신함에 따라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며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국내 식용유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2월 중순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식용유 가격을 인상했다.

`백설식용유` 500㎖는 납품 원가가 1273원에서 1367원으로, 900㎖는 2182원에서 2400원으로 상승했다. 롯데푸드도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10% 내외로 올렸다.

밀가루 가격은 2013년 이후 동결한 상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당분간 밀가루값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압박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밀, 대두 등 국제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내부에서 감내하고 있다.
원자재값이 오른다고 바로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지만 한계가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심화 돼 2분기부터 국내 소재식품ㆍ사료 가격인상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동안 제품 판가 변동은 대부분 실질 판가 인상보다 제품 할인율 조정에 의한 것이었다"며 "1분기부터 원재료 투입단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공급 측면 불확실성 확대로 2분기에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업체들의 마진 스프레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부터 가격인상이 본격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