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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회> 나뭇잎, 별을 보다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6/13 [16:54]

생이 불안하고 스산하다고 생각될 때

가지마다 웅켜쥐고 매달렸다 우리들은

밤하늘별들 틈에서 

뒤척이며 깜빡거리는 별 하나 찾다가 

짧은 꿈을 꾸기도 했다

그게 한여름 밤이었는지 모른다고 더듬거리는 동안

계절은 멀리뛰기 선수의 뒷모습처럼 

휭 하니 지나갔다

우리들은 여럿이 외로웠으므로 조금 외로웠다

생의 복판, 어둠 속에서도 푸르름이었기에

위로의 끝자락을 붙잡고 

두려운 밤조차 무사할 수 있었다

멀리서 적막하게 다가오는 

많은 것들이 눈물처럼 글썽인다

이제 여명이 오면 간밤에 별이었던 것들을

모두 가슴에 껴안고

마침내 우리들은 

하늘을 향한 싱싱한 나뭇잎이 될 것이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창밖은 바람에 너울거리는 초록 잎으로 꽉 찬 나무가 보인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다. 잎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편안해 보이고 밝은 햇살이 잎사귀마다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듯하다. 가끔 새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에 사뿐 내려앉는다. 나무가 주는 향기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창가에 서서 나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은 한 알의 청량제다. 학교에 근무하던 때는 답답하면 교실 창문을 열고 운동장가에 선 나무들을 하염없이 바라다보곤 했다. 나무들은 키가 훤칠한 청년들처럼 잘 생긴 플라타너스 들이었다. 그들은 다투거나 싸우지 않았다. 묵묵히 운동장을 지키고 몸속에 감추어 두었던 새잎들을 새 가지에 담아 힘차게 밀어내기 바빴다. 플라타너스들은 하루하루가 달랐다. 여름이 다가왔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내내 플라타너스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깊이 스며들었다. 플라타너스나무와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뜨겁게 달아오르기만 했던 삶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뿌리를 키우고 잎을 무성하게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나무가 주는 힘을 나는 믿는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나무 곁에 서면 불필요한 일과 무의미한 관계가 구분될 뿐만 아니라 삶은 저절로 단순해진다.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주기 위한 몸짓 하나 하나가 오랫동안 내 안에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무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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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13 [16:5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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