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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회> 구봉산 플러스 알파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6/15 [17:0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백신 접종을 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올가을에 꼭 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것입니다. 대학교 2학년 시절에 처음 지리산 계곡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지리산을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제대로 정상까지 가본 적이 없습니다. 

 

 요즘 주말을 이용해서 가까운 산을 올랐더니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남편이 지리산 정상을 오르자고 말했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러자고 했습니다. 기뻐하는 남편에게 그 대신 체력 단련과 함께 뱃살 뺄 것을 주문했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했습니다. 예행 연습 첫 번째로 구봉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전북 진안군 주천면과 정천면 경계에 우뚝 솟은 구봉산(九峰山)은 아홉 개 봉우리를 올라야 합니다. 봉우리가 막 피어오르는 연꽃을 닮아서 연꽃산이라고도 부릅니다. 북쪽으로 운일암 반일암 계곡과 남쪽의 갈거리 계곡 등 크고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있고, 용담댐과 메타쉐콰이어 길 등 볼거리가 많아 인기가 좋은 산입니다.

 

 1봉 표지석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올라갔습니다. 1봉은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와야 합니다. 귀찮거나 힘들어서 생략하고 바로 2봉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만 보고 한참을 가다보니 3봉이 나왔습니다. 2봉 표지석을 못 보고 지나친 아쉬움을 뒤로 하고 4봉에 도착했습니다. `구름정`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2015년 8월 3일에 개통한 구름다리를 건너자 바로 5봉 표지석이 반겨줍니다.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6봉에 도착했습니다. 간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땀범벅이 된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조끼를 하나씩 벗어서 옆에 놓고 삶은 달걀과 오이를 먹으니 살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한 커플이 왔습니다. 굳이 우리 옆으로 와서 사진을 찍으며 자리를 잡기에 급하게 마스크, 모자 쓰고 조끼를 입고 짐을 챙겨서 일어났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급경사로 이어지는 계단을 한발 한발 올라 무사히 7봉에 도착했습니다.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다 보니 선글라스가 안 보였습니다. 당황해서 호주머니, 가방을 뒤졌지만 역시 없었습니다.

 

 6봉에서 급하게 일어나느라 선글라스를 빠트리고 온 것 같았습니다. 빨리 다녀오겠다며 찾으러 간 남편이 빈손으로 왔습니다. 남편이 말리는데도 내가 직접 찾겠다며 급경사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갑자기 왼쪽 다리에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지만 더욱 속도를 내서 6봉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선글라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우리가 앉았던 자리는 깨끗했습니다. 힘이 빠져서 주저앉았다가 다시 터덜터덜 급경사 계단을 올라서 7봉에 도착했습니다. 

 

 선글라스가 여러개 있지만 특히 편한 착용감으로 아끼던 것이라서 맥이 풀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한숨이 나왔습니다. 남편은 선글라스를 다시 구입하면 되고 우리가 안 다치고 건강한 것이 다행이라며 위로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서 어렵게 8봉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힘을 내야 합니다. 9봉은 높고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온전히 산 하나를 또 오르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끝이 안 보이는 급경사 오르막길 계단을 오르는데 앞서가는 여자 세 명이 네발로 기어오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천근만근의 발로 걸음이 떼어지질 않아서 앞 사람들을 따라서 네 발로 올라봤습니다. 오르기가 훨씬 편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발걸음 끝에 겨우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나니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하산하다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3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발아래 풍경을 바라보는데 햇살이 밝아지면서 잃어버린 선글라스 생각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선글라스 찾으러 뛰어갔다 생긴 왼쪽 다리 근육통으로 가파른 하산길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2시간여 동안 하산 후 주차장 가는 길에 새까만 버찌가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버찌는 빼곡하게 열려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많이 달렸는지 남편이 한 주먹씩 따주는데 먹기 바빴습니다. 과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기에 등산하면서 산딸기를 발견하면 따주긴 했는데 버찌는 처음이었습니다. 

 

 위를 올려보니 아주 큰 벚나무에서 나뭇가지 하나가 찢어져서 땅으로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봄에 예쁜 꽃을 피우고 이젠 잘 익은 버찌 열매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있는 것입니다. 선글라스 잃어버리고 가라앉던 마음이 찢어진 벚나무 가지 앞에서 숙연해졌습니다. 오늘은 산에 오를 때는 아홉 봉우리 산인 구봉산에서 열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 올 때는 찢어진 벚나무 가지를 보며 깨달음까지 얻은 `구봉산 플러스 알파` 등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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