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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회> 아버지의 밥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7/11 [18:03]

아버지는 새벽 별을 보고 논으로 나가면 오밤중에 돌아왔다. 그날도 나는 철길 넘어 캄캄한 논둑을 더듬거려왔을 아버지의 풀지게 옆에 다가 가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부지, 오늘. 선생님이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길래, 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겠다고 대답했어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바보 같은 놈아, 그걸 말이라고 해. 땅을 파먹겠다니’. 버럭 화를 내는 아버지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나도 그 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너희는 애비보다 출세를 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살아야 한다고 주문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다가 깜짝 놀란다. 밥 한 그릇을 때려치우고 그것도 모자라 한 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의 밥을 가반하고 있는 내가 거기 있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세상에는 온통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 듯하다. 아들이고 딸이고 다들 세상에서 우리 엄마 마큼 고생하는 사람이 없다며 ‘우리엄마 우리엄마’라고 한다. 아버지로 살아가느라고 묵묵히 집안의 울타리와 담이 되어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오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갔다 윗사람의 질책에도 아랫사람이 치고 올라와도 참고 견디어냈다. 전에는 월급날이면 돈 봉투를 내밀며 폼을 잡으며 위세를 떨었지만 요즘이야 마누라 통장으로 깡그리 입금이 되어 언감생신이다. 용돈이 떨어질 때마다 갖은 애교를 다 떤다. 밥그릇 국그릇도 닦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아버지의 몫이다. 생각해보면 요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다.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느라 뼈가 녹고 뼈골이 말라도 부르면 달려가는 마당쇠일 뿐, 일하는 한 마리 소일 뿐…

 

 아버지가 마신 술에는 절반이 눈물이라는 시인의 말이 아니라 아버지가 마시는 술의 팔 할이 눈물이다. 이제 아버지들도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좋은 아버지는 친구 같은 아버지,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따끔하게 훈계하는 동시에 그 잘못을 용서하는 아버지, 삶에 진실한 아버지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친구 같은 아버지다. 자식들은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일 바란다고 한다. 이말 속에는 ‘자식들은 아버지의 삶의 자세를 보며 배우고 닮아 간다’는 뜻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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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11 [18:0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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