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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자, 보았소? '이건희 컬렉션'을(1)
 
정준모 큐레이터   기사입력  2021/07/21 [19:33]
▲ 정준모 큐레이터     © 울산광역매일

 지난 4월 28일 삼성가는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 근대미술품 등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천억원, 소아암ㆍ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천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모두 귀하고 선한 일이라 박수를 보냈고 "역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답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곧 대규모 의료공헌은 문화재ㆍ미술품기증에 묻혔고 언론도 국민도 온통 "문화재 미술품 기증"에만 매몰되었다.

 

 이번 기증은 물론 그럴만 했다. 유족들의 기증은 문화재ㆍ미술품 수집을 백안시하던 일부 국민을 머쓱하게 했다. 역시 문화재ㆍ미술품은 공공재며, 혹여 욕을 들어가며 수집했을망정 컬렉터들의 수집품은 끝내 국민의 품에 돌아가고 컬렉터들은 자기 돈을 써가며 수집해 보존하다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선 한 관리자 역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조금 과하다 할 정도로 흥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증받은 전문기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차분해야 했다. 그리고 1만1천건에 달하는 기증품들을 천천히 그리고 세세히 헤아려 낱낱이 국민들

그런데 도리어 문화부가 흥분해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을 유족이 아닌 "자신들이 기증한 듯" 나섰고 두 기관은 장관발표 때마다 병풍 노릇을 했다. 특히 정책부서인 문체부가 나서 두 기관을 제쳐두고, 행정관료들이 `활용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발표한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양 기관의 존재를 하찮게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기증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기증품에 대한 기초적 데이터작성이었다. 예컨대 기증품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 즉 제작시기, 재료와 크기 그리고 오염도와 컨디션을 체크하고, 기증품의 장르별 지역별 재질별로 분류를 해야 했다. 그후 작품의 진위, 수복이력 등을 가리는 조사가 뒤따라야 했다.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먼저 할 일은 미루고, 집 짓고 내보일 궁리만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왜 이리 서두르는지 모르겠으나 문체부는 독해력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유족들이 "아무 조건 없이 기증했다."지만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지방 5개소와 1개 대학미술관에 기증한 것은 각각 전문기관으로서의 또 기증작들과 연고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기증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를 곡해해 `통합기증관`을 검토하고 결론에 이른 것은 기증조건을 위배한 것이다.

 

 두 번째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 정신을 잘 살려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말을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 새로이 건물을 지으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증받은 기관이 전시장 내에 "다른 기증실에 비해 두어 배 큰" 전시실을 설치하라는 취지를 새로운 건물을 짓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은 의도적인 결론을 가지고 내린 해석이다.

 

 세 번째, 이건희 회장 사후에 문화예술계에서 컬렉션이 흩어져 선 안 된다고 했던 말은 각각 낱개로 팔려나가 개개인의 수중에 들어갈 것과 외국작품들의 경우 국외로 반출될 것을 염려한 것이지, 크게 시대, 유형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분리 소장되는 것을 염려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통합전시관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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