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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자, 보았소? '이건희 컬렉션'을 (2)
 
정준모 큐레이터   기사입력  2021/07/22 [17:33]
▲ 정준모 큐레이터     © 울산광역매일

 언론을 통해 문체부는 대단한 컬렉션이라고 열을 냈지만, 실제로 누구도 그 실체를 모른다. 그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보 14점과 보물 46점 등 총 60여점과 일부 도자, 청동기 등인데 많아야 80여점 정도로 추산된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고갱, 샤갈, 미로, 달리의 작품 각 1점 씩 총 7점과 피카소의 도자기 112점 외에 이상범, 나혜석,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 화가의 작품 20여점까지 합쳐 우리에게 이미지와 함께 정보가 공개된 것, 그리고 알려진 것은 100여점에 불과하다. 또 기증품 중 전적류(서적)가 전체의 반이 넘는 54.2%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 도판으로나마 본 작품은 전체 기증작의 0.01%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도판에 나온 기증작들은 대단한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1만점, 2만건 모두가 다 국보 보물급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전문가들의 기증품을 보는 미학적, 미술사적 관점과 유명작가의 유명작품만 좋아하는 관객들과의 `보는 눈의 차이`와 그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까.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 만 믿고 환호하며 달려갔다가 실제 작품을 보고 실망하는 이들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문화재, 미술품 1천점이 있다면 그중 매우 뛰어난 작품은 100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100점이 총 작품가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900점 가격이 총가격의 10%를 차지한다는 말은 더 이상의 비밀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900점의 가치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문화재ㆍ미술시장에서는 가치가 없을지 모르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미술사적 맥락이란 면에서 매우 귀하고, 전시에서는 스토리 라인(Story Line)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이들을 두고 중요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발표된 이건희 컬렉션 논의 내용을 보면 기증품에 대한 기초조사도 없이 활용방안만 논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코끼리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코끼리 구경을 시켜 돈 벌 궁리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코끼리가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육비가 얼마 들지, 앞으로 얼마나 클지도 모르면서 `우리`만 짓겠다고 나선 꼴이다.

 

 사실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와 언론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의 말에 모두 흥분했다. 우리 중 이건희 컬렉션의 총 규모와 가치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이를 본 사람은 없다.언론도 1만1천건, 2만3천점의 실체는커녕 목록도 확인한 바 없다. 설사 그 목록을 본다 해도 그것의 양과 질을 따져보면 컬렉션의 실체를 가늠해 낼 전문가가 많지 않다. 설혹 있다 해도 두어 달 만에 활용방안을 내놓았다면 그는 필시 전문가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더욱 눈물 나는 일은 사진조차 본 적 없는 코끼리의 우리를, 자기 마을에 지어야 한다고 나선 지방의 목민관들의 뜨거운 동네 사랑(?)이다. 그 사랑을 우선 자신의 동네에 있는 미술관ㆍ박물관 돌보는 데 썼으면 한다.

 

 성급하게 내린 결론을 주워 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건희 컬렉션을 생각 해보자. 전문인들이 낸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이건희 가족의 기증 정신을 기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시간을 좀 주도록 하자.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닌 그래서 뮤지엄(MUSEM)이라 하지 않는가. 21세기 대한민국이 세워 자손만대에 물려줄 중차대한 사업을 어디 우물가에서 숭늉 구하듯 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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