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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회> 100일의 굿워크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9/28 [19:06]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무더위가 걷히면서 천변에 사람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무심히 바람 한 점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순간 얇은 옷 속으로 파고드는 찬 기운에 몸이 움칠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춥다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함께 걷던 동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춥냐고 물었습니다. 너는 엄마 닮아서 더위를 타는 체질이고 나는 아빠를 닮아서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고 설명하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며칠 전부터 퇴근 후 저녁 먹고 동생하고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동생 자녀들이 우리 동네로 옮겨오고, 동생은 직장이 있는 다른 지역의 집에 그대로 살면서 자주 다니러 옵니다. 평소에 혼자 걸었는데, 이제 동생이 아이들 보러 올 때면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성장해오면서 우리가 썩 잘 맞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며칠 대화를 하면서 걸어보니 우리가 닮은 점이 많은 자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 아이들, 직장에서 있었던 일 등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걸으니 금방 1만 보가 채워졌습니다.

 

 요즘은 걷거나 산행을 하고 와서 꼭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굿워크 인증입니다. 굿워크는 걷기를 통해서 나눔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걷고 나서 인증 캡처본을 보내면 하루에 5천원의 기부를 하게 됩니다. 기간은 2021년 9월 8일부터 12월 16일까지 100일 동안입니다. 100일의 굿워크를 통해 영케어러(Young Carer) 청년들을 위한 1억원의 `굿워크 굿케어 기금`이 조성되면 `라이나 전성기 재단`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여 생활비, 교육비 등을 지원합니다.

 

 영케어러(Young Carer)란 만성적인 질병이나 치매, 장애를 가진 조부모 혹은 부모를 홀로 간병하며 돌보고 있는 청소년(만 18세 미만)과 청년들입니다. 일반 또래들이 교육, 취업, 진로 등을 고민할 시기에, 이들은 가족 돌봄이라는 무거운 짐까지 짊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며칠 전 영남알프스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하루에 3좌 산행을 하는 동안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억새 풀 군무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억새만큼이나 전국에서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영남알프스 산을 가득 채웠습니다. 많은 인파에 휩쓸리는 상황이 무척 생경스러웠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처음 접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감염병 걱정이 먼저 앞섰을 텐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굿워크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산행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되는 환경에서, `100일의 굿워크`는 안전하게 각자 걷기를 통해 건강을 얻고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더불어 나눔까지 실천하게 됩니다. 천변, 산책길, 산행 어느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본인한테 맞는 환경에서 편한 시간에 걸으면 됩니다.

 

 현존하는 유명한 소설가이며 번역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어서 달리기를 통해서 체력단련에 힘쓴다고 말합니다. 달리기는 숨이 차고 힘들어서 누구나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서 덜 힘들고 체력이 안 좋은 사람도 자신의 체력에 맞게 속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운동 중에서 가장 쉬우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입니다. 날마다 연습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반드시 4명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걸을 사람이 있으면 함께 걷고 시간 맞는 사람들이 없으면 혼자 걸어도 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걸으면 이야기 동무가 있어서 좋고, 혼자 걸으면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습니다. 과거의 훌륭한 문인과 철학자들이 혼자 산책하며 사색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걷기 운동은 산책보다는 빨리 걸을 때 더욱 운동 효과가 큽니다.

 

 요즘 씩씩하게 산행을 하는 밑거름은 평소에 꾸준히 실천하는 걷기 운동 덕분입니다. 걷기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신체 건강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이번 행사인 `100일의 굿워크`는 걷기 운동을 통해서 내 자신이 건강해지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저녁 먹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오늘은 그냥 쉴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안돼!"

 "굿워크!"

 

 마음속으로 외치며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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