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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논단> 카톡 유감(遺憾)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 교수   기사입력  2022/01/26 [18:10]
▲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 교수     © 울산광역매일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카톡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묵음(默音)으로 하고 나자 조용해지기는 하지만, 중요한 소식, 경조사나 모임 참석 안내 메시지를 놓치지나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다른 방법이 없어 그렇게는 했지만, 한참을 참지 못해 휴대전화를 열어보면 이내 수십 통의 카톡이 어지럽게 늘려져 있다. 대부분은 남의 글 퍼 나르는 별 소용없는 내용이다. 글을 모아 한꺼번에 삭제하지만 그런 일을 반복하는 일상도 유쾌하지는 않다. 

 

 요즘 들어 카톡 공해라고까지 일컬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어디 카톡을 억제하는 교육이라도 있으면 받아보고 싶은 심정인데 복지관에서는 카톡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고, 그 과목은 항상 정원이 넘치도록 신청하여 추첨으로 추려낸다고 한다. 그 덕택으로 유튜버에서 내려받은 동영상들을 시도 때도 없이 보내면서 자랑으로 여기는 친구들도 숱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보고 퍼 나르는 유튜버를 `틀튜버`라고 한단다. 틀 이를 넣어 딱딱 소리가 난다는 `노인`들을 비하하여 `틀딱`이라 하고 그들이 하는 유튜버를 낮추어 부르는 속어가 `틀튜버`이다.

 

 나에게도 죽기 살기로 다방면의 자료나 동영상을 찾아 카톡으로 보내는 친구가 있다.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친구들이 카톡과 휴대전화에 친해질 수 있도록 이바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태어났다면 박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비꼬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가 보내는 자료를 보지 않는다. 전부 남이 만든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단순히 퍼 나르는 작업이다. 모임에 총무를 맡은 친구라 그 친구 번호를 스팸으로 등록할 수도 없는 노릇.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보내지 말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아 보내는 족족 삭제를 하고 있지만 여간 인내하지 않으면 못 할 노릇이다. 

 

 손자는 우리 집에 오면 내 휴대전화를 당연히 자기 장난감으로 여긴다. 딸은 손자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전에 사전 점검을 하여 불필요한 내용을 지우는 작업을 한다. 그때 그 친구가 막 보낸 이상한 야동, 딸은 놀라 허겁지겁 그 친구의 번호를 지우고 스팸으로 등록해버렸다. 분명 잘못 보내진 것이라며. 

 

 그 바람에 한동안 모임 공지와 회원 경조사가 연락되지 않아 친구와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분명히 보냈다는 친구, 절대 받은 적이 없다는 나, 시시비비를 가려보니 그 원인은 스팸 등록이었다. 

 

 그 이후에 서로 조심하기로 단단하게 약속을 하고,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팸 해지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정치뉴스, 낯 뜨거운 야동,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명언 모음 까지,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기성품 정보의 홍수가 되어버렸다. 다시 인내를 가지고 삭제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대가로 당연히 지급하여야 하는 고통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찌하겠는가. 카톡에 유감(遺憾)을 선언하고 체념을 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카톡! 카톡! 아궁이에 불이 이글거리는 사진 두 장, 꼭 같은 사진을 두 번 보낸 것은 처음으로 카톡을 보낸 중학교 동기 P였다. 즉시 `와! 아주 좋아요`라고 답을 보낸다. 단 한 줄의 문자 `옛날 엄마 생각이 납니다` P가 보낸 카톡 전부다. 

 

 그 카톡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음직스러운 고구마도 보인다.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모여 같이 놀던 어린 시절까지 함께한 70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다음 날 아침에 또 카톡이 왔다. "따뜻한 방 비워두고 아침에 나오려니 훈기가 참 아깝구나" 하며 한번 놀러 오라는 메시지다.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남의 글 퍼온 영혼이 없는 글보다 P가 보낸 사진 한 장과 짧은 메시지가 감동이 넘친다. 노후에 시골에서 오두막을 지어 살고 싶다는 소망을 모임에서 가끔 만날 때마다 말했다. 

 

 아마 그 소망이 이제 막 이루어졌나 보다. P의 과거에서 현재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사진 한 장이 오랜 세월 동안 쌓인 크나큰 공간이다. 그 많은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운 큰 추억의 덩어리다. 카톡에 대한 유감(遺憾)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오직(唯) 감동(感動)만 있을 뿐이다. 카톡 유감(遺憾)이 아니라 카톡 유(有) 감동(感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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