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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햇반을 햅번으로 읽다
 
서정미 시인   기사입력  2022/01/26 [18:22]

아프리카 어린이와

하얀 쌀밥 도시락을 못 싸가는

어린 나를 안고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햅번

여행 가방은 어머니 홑치마 품속이 된다

사막 한가운데로 흐르는 가장 작은

시냇물에 가득 찬 그녀 초승달 눈썹을

바라보며 금문교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징검다리를 건넌다

금문교와 형광 조명등 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굶주린 아이들 축축 늘어지는 소리가

그녀 고향마을 브로크 벽돌 담 위

녹슨 스피커를 타고 들린다

세계의 호수보다

아름다운 그녀 고향의 아주 작은

호수를 지키기 위해

사하라 모래벌판이

금문교 곁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멀찌감치 펼쳐져 있다

실비 내린 뒤에

푸르르

뛰어드는

아침 햇살은 햇반을 햅번으로 읽는다

 

 


 

 

▲ 서정미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굶주림`을 향한 관심이다. 내 눈에 포착된 "굶주린 아이들"로는 "하얀 쌀밥 도시락을 못 싸가는/ 어린 나"와 "아프리카 어린이"가 있다. 유년의 굶주림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잊기 힘든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은 마치 "사하라 사막" 같다. "사하라 모래벌판" 같은 막막함으로 다가온다.

 이 시에서 음성 또는 의미의 유사성을 활용하여 `쌀밥`은 `햇살`로, `햇살`은 `햇반`으로, `햇반`은 `햅번`으로 의식의 연결이 된다. 쌀밥에서 햇반으로의 이동은 여전히 `나`에게 배고픔이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햅번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와 연결하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다. 우리는 언제쯤 `사하라`를 건너서 `금문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서정미

 

대전출생.

문정문학회 회원.

행인길문학회 회원.

대전 대덕문학회 회원.

2004년 『생각과 느낌』으로 등단.

2007년 시집 『꽃들의 발자국』 출간.

2022년 시집 『나무의 칼』 출간.

대전 한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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