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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2/03/02 [17:13]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초 고리1호기 원전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등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었다. 원자력발전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구시대의 적폐로 규정하며, 사회적 합의로 탈원전의 시대로 나갈 것이라고 국민에게 알린 바 있다. 그런 문 대통령이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이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천명했으니 이는 앞서의 선언을 완전히 뒤집는 경천동지할만한 손바닥 뒤집기라 깜짝 놀랐다. 원전을 그리도 깔아 뭉기더니 이제 와서 원전숭배론자와 같은 발언을 하고 있으니 이게 과연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람은 보통 창피해서라도 그렇게 싶게 말 바꾸기를 할 수 없다. 도대체 낯이 뜨거워서 할 수 없는 일을 대통령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할 수 있음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그리도 뽐내던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탈원전을 사회적합의에 의해 진행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원전복귀는 어떤 사회적합의를 거쳤는지 묻고 싶다. 사회적합의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되묻고 싶다.

 

 문대통령은 당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라는 표현을 썼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당시에 대통령이 했던 말은 철저한 정치적 재스처였음이 이제야 확실히 드러났다. 하긴 세월호로 인해 탄생한 정권이니 `세월호 재발방지`란 수식어만 갖다 붙이면 모든 것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정치논리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던 특별한 시기였다. 결국 4대강 하구둑도 그런 정치논리에 휩싸여 하구둑의 순기능은 감추어지고 적폐로 몰리고 말았다. 하구둑을 다 들어내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어 안달이었으나 오히려 하구둑 주변의 농민들은 존속을 바라고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정책실패의 산 증거가 될 만하다. 

 

 `전기`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산업계에서는 핏줄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는 값싼 전기를 생산하여 산업체에 공급해 줄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해 거의 6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값싼 원전을 줄이고 발전단가가 높은 석유발전에 주력했고, 또한 필요하지도 않은 재생에너지를 민간으로부터 비싼 값으로 구입하느라 나타난 적자이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인상은 없다`라고 공언해 왔으나 감당키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은 `책임피하기`를 위한 말 바꾸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친원전`을 내세우는 것은 퇴임 후에 밀어 닥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여 대통령과 집권당의 후안무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것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던 문대통령 취임사의 핵심대목이 거의 다 거짓말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는 전력생산 비중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대표적인 원전발전국이다. 프랑스도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신규투자가 정체되어 왔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적인 준비 및 담보기간이었고, 최근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르네상스가 필요하다"며 원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시키는 `탄수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원자력발전이 필수사항이 되어야 함을 공식화시켰다. 얼마나 합리적인 결정인가?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번 정부가 그토록 달성하여 자랑하고 싶었던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수급완성이 가능할까? 새만금 육상ㆍ수상 태양광, 울산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부작용이 드러나며 온갖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이 나라의 원전 생태계를 망쳐 놓고 임기 말인 지금에 와서 "원전 충분히 활용" 운운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코미디 정치를 벌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엄중히 경고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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