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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회> 그런 봄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04/24 [17:51]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

쏟아지는 햇살

투명한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인정사정없이 터지는 꽃망울

 

앞산의 풍경이 달라지고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다 

밥상에는 풋것들이 올라오고 숟가락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상큼하다 

봄은 손짓 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오라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어 온다 기어코 온다

그러나 아우성처럼 온 봄은 한 그릇의 밥이 되어 주지 못하고 

어머니의 허리 병을 낫게 해 주지 못하고

떠난 사랑을 데려 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그런 봄이 반갑다 

눈물나게 반갑다

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잊지 않고 봄이 찾아왔다. 봄은 해마다 우리에게로 오지만 계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봄은 애매하다. 여름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혹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난다. 그런가 하면 가을은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동시에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를 대비하는 일종의 쉼터 역할을 한다. 또한 겨울은 북풍이 몰아쳐 매서운 추위와 함께 하얀 눈이 내려 온 세상을 고요 속에 묻혀 놓는다. 이처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하지만 봄은 그렇지 않다. 봄은 꽃의 계절, 탄생의 계절, 온화한 계절이라 불린다. 따지고 보면 꽃은 계절을 가리면서 피지 않는다. 탄생 역시 계절에 상관없다.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 탄생이다. 온화함 또한 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계절의 여왕이 아니다. 요즘 봄은 언제 왔는지 언제 갔는지 자취가 미상이다. 봄의 빈자리를 다시 봄이 채우기도 전에 여름이라는 계절들이 메꿔버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고 노래한다. 나무는 초록의 잎을 피워 숨소리를 만들어 내고, 꽃은 또 다른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추위를 이겨내는 인내의 시간과 아픔을 견디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구상에는 더위만 있는 곳, 추위만 주는 곳이 있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 있는 그곳이야말로 축복의 땅이다. 길거나 짧거나 상관없이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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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4/24 [17:5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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