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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산벚꽃
 
유안나 시인   기사입력  2022/05/19 [18:12]

자리가 비어 있다

그 자리 무엇으로 채울까 

당신이 두고 간 서랍을 뒤적여본다

 

서랍 속엔 알약 같은 별들이 나뒹굴고 있다

 

미래도 서랍처럼 살갑게 열리고 

빠르게 늙어서 무엇이든 다 알았으면 좋겠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황사바람에 걸려 넘어지면

나는 언덕에 앉아 울었고

노복처럼 하늘을 흘겼다 

 

빈자리가 따끔거린다

봄밤을 메우기 위해 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며

통증을 달래야 할까 

 

흉터는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른다

장례식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생의 구덩이를 파 는일

 

방패연을 놓친 아이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날아간 연줄은 울음을 달고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다

 

흰 그림자에 산벚꽃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하늘도 빈자리에 별을 채워 넣고 있다

나 여기 있다, 라고 대답해주는 하늘을 바라본 적 있는가

 

여기 자리를 비우고 그 별에서 깜박이는 당신을 바라본다

 


 

 

▲ 유안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해마다 산에 벚꽃이 피면 내 온몸은 접신하듯 잊었던 수사가 돋아난다. 무엇으로 전달할까 이 마음, 이미 별이 된 사람들, 꽃이 된 사람들 여기 자리를 비우고 거기서 반짝이는 내 여섯 살에 세상 떠난 아버지, 젊은 나이에 바늘 끝으로 찌르는 고통을 주고 떠난 동생, 죽었다는 소문이 들리는 첫사랑 그 남자, 편모슬하에서 웃자란 내 속엔 울음 항아리가 묻혀있고, 난 그 위에 흙을 덮고 컸는가 보다. 조금만 기우뚱하면 울음이 쏟아지려 한다. 내가 시를 써야하는 이유는 그 울음을 찍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안나

 

2012년 『애지』 신인상 수상

2014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당신의 루우움』

시산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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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19 [18:1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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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이담 2022/05/20 [12:14] 수정 | 삭제
  • 아-, 외줄기 비명으로 답이 될까요. 피는 꽃보다 진 자리가 아프지요. 핀 꽃은 지는 것이 이치라지만 산 자의 가슴에는 대낮에도 반짝이는 눈물의 별이 뜨지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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