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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회> 이팝나무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05/22 [17:06]

연지 못에서 물놀이를 하던 수험생들은 누구든지 뒷문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혼날 줄 알아야 한다며 이팝나무들이 경비아저씨처럼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덕진공원에서 전북대학교를 향해 앞으로나란히를 하는 어린 이팝나무 아래 도수 짙은 안경을 낀 젊은이 하나가 앞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간 나도 이 모양 이 꼴이라며 옆구리에 끼고 있는 육법전서 한 장을 쭉 찢어 우적우적 씹어댄다. 주린 창자를 채우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을 축내야 한다고 이팝나무가 안 됐다는 듯이 젊은이를 내려다보는 오월. 긴긴 하루해를 건너서 넥타이 목에 걸고 호기 있게 아침 대문을 나서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이냐며 젊은이는 대학촌 고시원 간판 아래로 어둠처럼 머리를 밀어 넣는다. 저녁 무렵이면 고단한 길을 되돌아와서 몸서리치게 배고픈 가슴을 울리는 이팝나무. 어느 세월에 설움 많은 이 세상에 이팝꽃을 가마니로 피울는지? 알 수 없는 해거름이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이팝나무는 나무에 피는 꽃이 이밥(밥알)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이李 씨의 밥이란 의미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이 씨인 임금이 내리는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이밥이라 했다. 5월 입하 때 꽃이 핀다는 의미의 입하나무가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입하목'으로 부르는 지역도 있다. 경기도에서는 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팝꽃이 피는 오뉴월은 옛 조상들에겐 보릿고개로 허기진 사람들의 눈에는 이팝꽃이 하얀 쌀밥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따라서 뻣나무라고도 부르는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한때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이팝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가뭄이 든다며 신목으로 여겼다.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점쟁이 나무로 널리 알려졌다. 이 나무가 꽃을 피울 때쯤이면 모내기가 한창인 철이다. 따라서 땅에 물기가 충분하면 나무는 꽃을 무성하게 피워 내고, 땅이 가물어 꽃이 적으면 논의 벼도 생육이 좋지 않았다. 생태적 현상을 생활의 지혜로 삼던 조상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를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이팝나무는 교목(큰키나무)이고, 조팝나무는 관목(떨기나무)이다. 이팝나무는 땅 위에 우뚝 서고, 조팝나무는 땅에 거의 붙어 자라는 작은 나무다. 마치 쌀과 좁쌀의 차이처럼 이팝꽃보다 조팝꽃은 꽃의 크기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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