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기술 산업이 큰 타격을 받자 고급 인력들의 해외 도피가 이어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미국과 유럽의 많은 회사들이 은행과 인터넷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자 러시아의 기술 산업이 서방의 제재로 세계와 단절됐고, 수만명의 기술 전문가들이 떠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기술 생태계가 위협받는 우크라이나에서도 많은 기술 인력들이 떠났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크라이나 경제는 40% 이상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신들의 개인적, 직업적 삶을 재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수백명의 러시아어 사용 기술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출신 안드레이 도로니체프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그와 같은 지역에서 온 기술자들이 모이고 있는 공간이다.

'도브리돔'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국적이 아닌 언어로 단결된 공동체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조지아에서 온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대부분은 전쟁에 반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보다 서방 세계와 인터넷의 개방성에 더 동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금융분석가 스테이시 안티포바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멕시코 티후아나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와 도브리돔에 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빨리 멀리 이사할 생각은 없었다"며 "남은 인생을 뒤로 하고 떠났기 때문에 그저 내 인생을 고치고 하고 싶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러시아를 떠난 도로니체프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가상 현실 및 온라인 게임 관련 일을 시작한 후 샌프란시스코에 타운하우스를 사들였고, 수년에 걸쳐 수십명의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다.

그는 러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자, 기업가, 투자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변화에 아쉬움을 표했다.

도로니체프는 러시아 및 구소련 국가들의 스타트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영리 소셜네트워크를 설립했고 일부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는 "언어는 우리를 국경을 넘어 하나로 묶었다. 똑똑한 사람들의 더 큰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와도 같았다"며 "하지만 전쟁은 많은 관계를 깨뜨렸다"고 했다.

벨라루스에서 이민온 또다른 도브리돔 식구 미키타 미카도는 "우리 모두 트라우마를 느낀다"고 했다.

전쟁 이후 이들은 직원들의 이주와 사업 재건을 위해 애쓰고 있다. 러시아 출신의 기업가 다샤 크로쉬키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직원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회사 서비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카도와 도로니체프는 현재 러시아에서 러시아 시민을 비자 없이 받아들이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로 직원을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두가 떠날 의향이 있거나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기업가는 러시아에 남은 직원가는 관계를 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