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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관 칼럼> 동구 염포산 오승정에 올라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22/05/25 [17:37]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 울산광역매일

 울산 중구 우정동에서 10년 간 거주할 때였다. 하루는 밤늦은 시간 태화 강변을 향해 나아갔다. 낮 동안 시끄러웠던 소음이 잦아들고 분주했던 인파가 물러가면 한결 고즈넉한 분위기의 도심은 낮과는 또 다른 얼굴로 변해 있었다. 도심과 강변을 이어주는 태화루에서 아랫길의 계단을 차근차근 한걸음씩 밟아 내려가면 시원한 강바람의 환대가 가장 먼저 시작된다. 풀벌레 소리도 나고, 강물 속에서 불쑥 솟구치며 물결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묘기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계절 별로 벚꽃도 만나고 무궁화와 작약, 양귀비, 수레 국화 등 봄꽃 대향연의 풍경도 만난다. 사철 변함없는 대숲의 바람 소리도 시원하게 행인을 맞아준다. 도시의 높다란 빌딩들의 화려한 조명은 거울처럼 강물에 비취며 운치를 더한다.

 

 그런 풍경 속에서 사람들과 얽힌 갈등과 스트레스도 내려놓고, 세상사의 사소한 걱정거리들도 던져버리고 내딛는 발걸음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가벼워진다. 한 시간 가량 걷고 나서 다시 귀갓길에 오르면 보람찬 하루의 마무리로 손색 없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 혼곤히 곯아 떨어져 금세 꿈나라로 떠나게 된다. 

 

 지난해 10년 간 살았던 우정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할 때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어 달 만에 겨우 동구 염포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차를 타고 숱하게 이곳을 지나쳤지만 이곳에 머물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곳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름대로 정이 들어가고 있다. 이곳은 예전에 과수원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아직도 나들목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바로 앞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고, 울산을 떠나는 비행기들은 그 위를 지나며 어느 순간 선회하면서 방향을 틀어 목적지로 날아간다. 많은 세대가 자리 잡을 땅도 없고, 큰 건물도 없어서 마치 도심의 외딴 섬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다. 이사 온 뒤 운동을 좀 하려고 했으나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짬을 내어 집 뒤편 염포산으로 올라갔다.

 

 완만한 경사와 급격한 경사가 번갈아 나타나고 20여 분 산 중턱에 오르면 작은 약수터가 나타나는데 맑은 물 한 모금에 정신이 번쩍들 만큼 시원했고 물맛이 좋았다. 산을 타는 사람들이 숱하고 오가면서 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 놔 초행길이었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또 중간 중간 작은 안내 팻말이 친절하게 길 안내를 도왔다. 중간 중간 숨을 고르며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정상의 평평하게 잘 닦인 그곳에는 여러 가지 운동 기구가 즐비 했고, 벤치와 화장실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정상을 알리는 비석 바로 뒤편에 `오승정`이라는 멋진 정자가 들어서 있었다.

 

 오승정에서 숨을 고르며 동구 쪽을 바라보면 현대중공업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면적부터 커다란 골리앗 크레인하며 도열하듯 늘어선 공장들이 위엄을 뿜어낸다. 현대 그룹의 정주영 회장, 그의 초심이 어떠했기에 저리 큰 면적의 공장을 짓는다고 과감하게 선언할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일제 강점기를 겪은 방어진항 거주 어르신 한 분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온통 고생한 이야기였는데 방어진항에서 무룡산까지 걸어가서 땔감을 구했고, 그 땔감을 운반하기 위해 가족들까지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오승정에서 바라보면 큰 공장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중공업 앞의 즐비한 고층 아파트는 작은 어촌에서 산업화의 기치를 내건 어느 창업주와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현대의 정신이 `정주영의 정신`이면서 우리 모두의 정신이 돼야 우리가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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