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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우는 돌들
 
박완호 시인   기사입력  2022/05/25 [17:58]

뾰족한 돌 하나를 떨어뜨리자 마음속

돌무더기가 또 꿈틀거린다. 손 닿으면

상처 난 마디마다 시뻘건 핏방울 맺혀

어디가 아픈 건지 어디에서 오는 건지 

모르는 아픔. 송곳 박힌 가슴팍에서 솟구치는

맥락 없는 글자들 문장으로 꽃 피기도 전

돌무더기에 흩어져 내린다. 불발탄 같은

절망의, 날카로워진 돌조각들을 끌어안고

맨몸으로 어둠 속을 헤치며 가는 사람의

흐릿한 그림자. 날이 갈수록 뾰족해지는  

마음의 돌기들. 가시 돋친 혀끼리 주고받는 

키스 같은, 독기 서린 날을 숨긴 채 다가서는 

자객의 발소리처럼 은밀해지는 어둠 속

나는 어디선가 주저앉고 있을 한 사람을 위해 

또 길을 나선다. 모난 몸을 서로 비벼가며 

울어대는 돌멩이들처럼 나도

상처투성이인 나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아플수록 찬란해지는

고통의 노래를 부르려는 것이다 

 

 

- 박완호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에서

 

 


 

 

▲ 박완호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툭하면 마음속에 뾰족한 돌멩이가 떨어져 내린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슬픔의 찰나 속, 상처투성이인 `나`를 세게 끌어안으며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아플수록 찬란해지는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시인이 짊어져야 할 몫이리라. 

 

 

 

 

 

 

 

박완호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아내의 문신』,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내 안의 흔들림』 등.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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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25 [17: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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