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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사이
 
권정희 시인   기사입력  2022/06/23 [18:21]

눈 감았다 뜨는 사이

뒤돌아보는 사이

 

하르르

아주 잠깐

봄꽃이 지는 사이

 

쉰 살의 내 머리에도

꽃이 폈다, 세월꽃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참으로 낯설었다

발꿈치 치켜들고 살아온 지난날들

일순간 저며 눕히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는 쉬며 가라는 바람의 전언일까

밖에는 꽃 지는데 봄이 가고 있는데

순백의 면류관 쓰고 묵묵히 건너는 봄

 


 

 

▲ 권정희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사이"는 생의 한 압축파일 같다. 자신이 지나온 생의 짧고도 긴 시간의 추이가 오롯이 담긴 까닭이다. "눈 감았다 뜨는 사이"란 경우에 따라 찰나일 수도 영원일 수도 있다. 나이를 표현하는 말 중에도 "쉰"에는 기피의 느낌이 더 든다. 쉰 살을 넘어가는 화자도 "발꿈치 치켜들고 살아" 왔다고 하건만 그런 날들이 무색하게 "일순간 저며 눕히는 바람" 앞에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여기서는 나잇값이나 "세월꽃"의 인정이자 하나의 자리매김일 듯하다. 그러고 보면, 어느 생이든 평생 걸어온 길은 다 그만한 `가시`와 `가치`를 함께 지니지 않겠는가. 

 

 

 

권정희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88년 〈제9회 3·1절 만해백일장〉 대상 수상. 

2014년 광진문학상 시조대상 수상. 

2015년 『시와소금』 신인상(시조) 수상 등단. 

2016년 시집 『별은 눈물로 뜬다』 출간. 

2016년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수상. 

2019년 (사)한국예총 광진지부 예술인상 수상. 

2022년 시집 『배롱나무 편지』 출간.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문인협회 광진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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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23 [18:2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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