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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논단> 자원재순환과 취약계층 자립 지원하는 ‘두레바퀴’
 
이장호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장   기사입력  2022/10/03 [19:05]
▲ 이장호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장     © 울산광역매일

 울산 동구에는 특이한 리어카로 폐지를 수집하는 스무명의 어르신들이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폐지나 고물을 수집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광고판이 달린 리어카를 지원한 뒤, 활동 중 발생되는 광고효과에 대해 광고주는 매달 소정의 광고비를 어르신에게 지불하는 지역공동체사업이다. 이 리어카의 이름은 `두레바퀴`로 상생을 상징하는 `두레`와 `수레바퀴`의 합성어다. 이 사업은 2020년 3월, 울산지역 사회적기업 26개가 모인 울산소셜벤쳐협의회가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에 사회공헌활동 안을 제안해 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됐다. 

 

 자원봉사센터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여러 사회적자본을 발굴하여 투입하는 시도를 반복하는 곳이다. 때문에 필자는 26명의 사회적기업가들이 모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만한 지역문제를 찾던 중 유모차에 폐지를 수북이 싣고 위태롭게 길을 가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뛰어가서 어르신께 물었다. 어르신! 이거 싣고 어디로 가세요? 폐지를 팔기 위해 고물상으로 가는 길이란다. 폐지를 수집하는 분들은 다 고물상으로 간다는데 왜 고물상으로 가는건지, 폐지 수집활동에 리어카가 아니라 작은 유모차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필자는 답을 찾기 위해 고물상이 많이 모여 있는 일산동으로 갔다. 간판이 큼직한 OO고물상 앞에서 어르신들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들이 폐지를 싣고 한분 두분 모여드는데 활동수단이 각양각색이었다. 유모차, 핸드카트, 덜그럭 거리는 리어카, 좋은 리어카, 오토바이에 연결된 리어카 등. 그날 그렇게 만난 어르신들과 묻고 답하면서 고물상의 수익구조 그리고 다양한 활동수단으로 폐지를 수집하는 사연 등 여러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유모차와 핸드카트를 활용하는 어르신은 리어카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이렇게라도 활동할 수 밖에 없는 분이 계셨던 반면 리어카가 있어도 쓸 수가 없는 사연도 있었다. 리어카는 손잡이 위치가 낮아 허리 통증이 있는 어르신은 부담이 되니, 상대적으로 손잡이 위치가 높은 유모차나 핸드카트가 편했던 거다. 덜그럭 거리는 리어카로 작업하는 어르신은 폐지수집을 해야 먹고 사는데 리어카가 없으니 고물상이 빌려준 리어카로 활동하게 되었고, 공동으로 사용하다보니 관리가 안되어 그렇단다. 이 외에도 페지수집을 하는 어르신들 모두가 경제적 결핍이 있는게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그날 만난 분 중에 임대업을 하는 재력가인데 운동 삼아 하시는 분도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폐지수집 활동을 하는 어르신 중 경제적 결핍이 있으면서, 본인소유의 리어카가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분을 엄격하게 선정하여 리어카를 지원해 드리는 사업을 소셜벤쳐협의회에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관계자들의 아이디어를 보태 리어카의 양측면에 기업ㆍ단체를 홍보하는 광고판을 부착하고 그 대가로 어르신에게 광고활동비를 매달 지원해 드리는 사회적경제모델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사업모델이 확정되었으니 사업추진의 필요요소들에 맞는 자원들을 찾아 결합할 차례다. 울산소셜벤쳐협의회는 사회적기업가 26명이 회비를 모아 리어카 기본골격 구입을 지원했고, 동시에 각 사회적기업의 전문분야별로 제작과정 영상촬영, 두레바퀴 브랜드개발 및 로고제작, 리어카를 제작하는 봉사자들의 간식제공, 두레바퀴 출범식 국수잔치 등을 지원했다. 리어카는 어르신 스무명의 작업 스타일에 따른 개별 맞춤형으로 제작되었는데 현대중공업기능장회의 손길을 통해 완성됐다. 대형선박을 만드는 기술자들에게 리어카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보태서 어르신들의 작업안전을 위해 `주차브레이크`도 장착하면서 2021년 7월에는 디자인특허도 취득했다. 세계 최고의 배를 만드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리어카를 만든 거다. 

 

 이 사업에 빠져서는 안 될 공익광고주도 모집했다. 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 등 지역의 금융기관들을 시작으로 노인재가센터, 현대중공업, 그리고 지역의 교회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많은 곳들이 참여했다. 여기서 발생한 광고비는 매달 25일, 어르신 스무명에게 인당 3만원씩 광고활동비로 지급된다. 지인 한분이 금액이 적지 않느냐며 필자에게 물어 온 적이 있는데 광고활동가들은 늘 고맙다고 인사해 주셨지 단 한 번도 활동비가 적다고 한 적이 없다. 1톤 트럭 한 대 분량의 폐지를 수집하면 3~4만원 정도 손에 쥘 수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의미가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두레바퀴는 2020년 6월 출범했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몸이 불편해 지는 등 개인사정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생기면 협약에 따라 다음 대기자에게 넘겨진다. 활동 중 펑크가 났다고 연락이 오면 당일 자원봉사자가 현장으로 가서 새바퀴로 즉시 무상교체하는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 스무명의 광고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다. 필자는 오늘도 2023년 공익광고주를 발굴하기 위해 참여제안서를 만들어 한 기업에 보냈다. 그래야 두레바퀴가 쉬지 않고 계속 굴러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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