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입에 가득한 말
먹빛이다
입이 없어질 때까지 유등천에 쏟아낼
악취 덮고 뒤척이던 돌멩이, 순간을 채워주고 손 놓쳐버린 비닐봉지, 쉽게 깨져버린 약속 같은 유리 조각, 다시는 오지 못한다고 물결 사이 그려놓고 간 물새 그림자, 천변을 걷던 이들 얼굴 잃고 마스크 밖으로 아아 내지른 한숨,
주머니 속 털 듯 한 번쯤 화악 뒤집을
책장 안 구름을 노래했던 혀들이 서로 달라붙은 것처럼
집콕, 집콕, 집에 갇혀 녹슨 입
구름의 말 한 조각 뜯어 포트에 넣고 끓인다
넘치기 전 자동으로 꺼지는 스위치
말의 소용돌이가 사라진다
유등천을 누르는 어둠의 무게처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한 말
폭풍 눈빛으로 한껏 입을 벌려보아도
빠져나오지 않아
창 닫고 한 잔 독을 마신다
구름도 먹빛을 다 풀어놓지 못하고
혓바늘로 돋아난 말은 입천장 찌른다
<시작노트>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느라 힘들었던 지난날, 먹구름이 좍좍 비를 쏟아내듯 얼굴 마주 보며 마음껏 이야기 나누고 크게 소리 내어 웃어보고 싶었으나 그리 못했던 답답함을 시의 형태로라도 쏟아내어야 했다.
이제 마음의 강물이 범람해도 좋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이희은
수원 거주
2014년『애지』등단
시집『밤의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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