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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비 넘긴 경제위기설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입력  2022/12/14 [17:16]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물가상승, 금리상승, 환율상승 등 소위 3고(高) 현상을 심하게 겪으면서 자칫 잘못하면 경제위기로까지 치달을 것으로 우려되었던 국내경제가 최근 들어 3가지 요인들이 모두 안정세를 보이면서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급격하게 오름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과 연이은 금리인상의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내년엔 글로벌 경기의 둔화와 함께 국내경제도 경기하강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나, 다행스럽게도 3고 현상이 다소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경제의 위기설은 일단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기부양책을 펴나가고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새해엔 국내경제가 그동안의 불황을 극복하고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물가상승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초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배럴당 140달러까지 폭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9개월 만에 반값으로 떨어진 셈이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내년도 세계 경제의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1년 반 만에 리터당 평균 1500원 대를 기록한데 이어 경유가격도 약 9개월 만에 1700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기름 값 하락은 유류세 인하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 감소, 중국의 수요 증가, 원유 생산국들의 감산 우려, 미국의 원유 재고 급감 등 유가 재반등 가능성은 남아있다. 

 

 물류비용의 급등을 초래하였던 화물연대 파업이 우여곡절 끝에 종료된 것도 물가오름세를 진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려 16일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은 물류비용 급등 외에도 무역업, 건설업과 함께 철강업 등 국가기간산업에 큰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국가경제를 송두리째 마비시키는 파업행위는 곤란하다. 노사 간에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의 원칙적이고 단호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법파업이 국가경제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는 응당한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두 번씩이나 `빅스텝`(한 번에 0.50%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4일엔 시장예상을 깨고 `베이비스텝`으로 0.25%p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들어 지난 1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에 이어 일곱 번째 인상으로 현재 기준금리는 3.25%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이창용 한은총재는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도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여운을 남겨 주목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채질해왔던 미국 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1% 상승에 그침으로써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9%를 돌파하면서 40여년 만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도 상승세를 멈추고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국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전되면서 촉발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로 1400원/달러 대를 향해 급등하였던 환율이 최근 1200원 대까지 떨어졌다. 원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앞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국내증시가 오름세를 보인 것도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투자 포인트의 하나이다. 앞으로 원화 환율이 오름세를 멈추고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면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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