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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칼럼> 측은지심(惻隱之心)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기사입력  2023/01/26 [19:22]
▲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 울산광역매일

 계묘년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전국엔 한파 주의보와 경보가 내렸다. 우리 고유의 민속 명절 하면 "고향,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세밑 한파, 불우이웃, 명절증후군" 이런 단어들이 연상어로 떠 오른다. 기쁘고 즐거운 소식과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 교차하기도 한다. 올 설 명절에도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민생을 살피는 정치는 답답하기만 하다. 먼 이웃 나라에서는 총격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홀로 살던 노인이 싸늘히 식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일도 뉴스를 탔다. 한동안 마음이 쫑긋하고 측은해진다. 끌끌, 왁자지껄하는 사이 뉴스는 빠르게 바뀌며 메아리만 남기고 그렇게 잊혀져간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우리 귓전도 순해져 짧은 귀향길 추억과 만남의 소회를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평소 서너 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예닐곱 시간, 간혹 열한두 시간이 걸리는 귀성길이다. 그래도 고향은 늘 편안하고 촉촉하다. 구순의 어머니는 늘 무심하신 듯 덤덤하게 우리를 맞는다. 혹 귀성 못 하는 자식이라도 있을까 싶어 마음을 가리고 있다가 식구들이 다 모이고서야 설중매같이 얼굴이 핀다. 시간은 속절없이 또 흐르고 누그러졌던 마음도 잠시다. 당신의 자식들이 자식들을 떠나보낼 때처럼 허전함이 밀려와선지 얼굴빛이 꾸덕하다. 얇아진 심정으로 배웅을 하셨을 어머니 생각에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촉촉해진다. 우리가 그토록 애써 찾아가는 그곳 고향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측은지심으로 도 닦는 마음 수양의 시간들이다. 그렇게라도 다녀와야만 마음이 편하고 그 힘으로 미련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잠시 여유 부릴 시간이 생기며 SNS로 설 덕담을 주거니 받거니, 화제가 되는 따끈따끈한 소식들을 나눈다. 한때 유명했던 `백종원 골목식당`이란 TV 프로그램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평소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식당을 찾아가 백종원(더본코리아 대표) 자신이 이뤘던 외식업 성공 비법을 전문가 상담을 해주는 프로에서, 4년간 무려 132개 업장을 돕고 이끌어 주었다고 한다. 그가 이번엔 고향인 예산에서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쇠락해 가는 예산중앙시장을 부분적으로 단장하여 설 직전에 문을 연 것이다. 이름하여 `백종원 시장`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백 대표가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고 지자체가 행정지원을 하며 진행한 것이라 한다. 컨셉은 7080시대의 시장 골목 분위기 그대로 시장 특유의 먹거리 장터와 오래된 간판과 조명으로 옛날 시장의 정취를 살려냈다. 

 

 움직이는 생활사 박물관 같은 느낌이랄까. 재래시장 취향에 걸맞은 먹거리와 푸드코트(food court) 서비스를 접목하여 업장을 운영한다. 벌써 홍보 유튜브에 `방탄소년단 진`이 홍보에 힘을 보태는 등 사회 유명인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더하여 전국에서 전문 유튜버들이 이 소식을 전하며 입소문을 빠르게 타는 중이다. 5일 장에 맞춰 평소 비어있던 시장 안 넓은 공터에 옛날 술집 탁자와 드럼통 테이블을 배치했다. 새로 문을 연 5개 점포와 기존 매장 7개 리모델링 점포로 시장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전략이다. 특히 `골목식당 대전 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골목 막걸리` 양조장이 터를 잡아 프로젝트 성공 이미지를 이끌고 있다. 이 사업이 얼마큼 진심인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백 대표는 TV에서 쉬운 요리법과 대중적인 메뉴를 소개하며 인기를 얻은 셰프 겸 방송인이다. 개인적으론 먹방이 가장 압권이랄 수 있다. "후루룩~, 이~야, 얌얌~, 쩝쩝~"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맛의 감별사다운 대사까지 늘 그 바탕에는 측은지심이 담겨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예컨대 타인의 심정과 같은 선상의 마음으로 나를 이루는 마음가짐이다. 사상가 맹자는 일찍이 본래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다른 사람에게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여겼다. 그 바탕에는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 즉, `사단(四端) 인의예지`다. 그 첫째가 인(仁)에서 발원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요. 둘째, 의(義)에서 발원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셋째, 예(禮)에서 발원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넷째, 지(智)에서 발원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가끔은 스스로 독해지거나 모질어지는 삶을 살아보자고 마음먹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따뜻한 밥 한끼, 어진 말 한마디 가 우러나오도록 사단 글귀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야 할 요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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