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200회> 건망증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1/31 [17:42]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원래 덜렁거리기는 편으로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었습니다. 비 오는 아침에 우산을 들고 갔다가 오후에 비가 개면 여지없이 우산을 잃고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린 우산 숫자를 세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억력은 좋았습니다. 특히 상황에 대한 기억력이 좋아서 주위에서 놀라워했습니다. 직장에서 제일 기억력이 좋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학교에서 일어났던 상황에 대해서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물어보면, 즉각 시원하게 대답해 줘서 놀라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며 현실을 접하니 더욱 씁쓸함이 커졌습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됐지?`

 

 얼마 전에 회의 참석하러 대전에 갔습니다. 임원들이 참석하는 준거집단 지도교사 전국총회가 올해는 대전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겨울방학 중에 받는 연수하고 회의 일정이 겹쳤습니다. 

 

 다행히 둘 다 참석할 수 있었지만 회의에 늦게 참석할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차 한 대로 오전에 출발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오후에 연수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혼자 대전을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고속도로 운전이라 많이 긴장되었습니다. 사람 얼굴은 잘 기억하는데 길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네비게이션을 보면서도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해서 더욱 긴장됐습니다.

 

 초집중 상태에서 운전을 한 덕에 무사히 대전 회의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회의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나있어서 허겁지겁 들어가니 잠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접수처에서 차를 가져왔는지 물었습니다. 가져왔다고 하니 주차 때문에 등록해야 한다며 차 번호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깜깜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앞부분은 깜빡해도 뒷자리 4자리는 알고 있었는데 아예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마중 나온 임원들이 웃었습니다. 염치없어서 함께 웃고는 주차장에 가서 차 번호를 보고 와서 접수처에 알려주고 무사히 입장했습니다. 

 

 회의에 늦어서 마음이 급해서였다며 스스로 위로하려 해도 씁쓸한 기분이 쉽게 떠나질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친한 선생님의 팩폭 한 마디가 더욱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혔습니다. 

 

`어떻게 자기 차 번호를 모를 수 있어?`  

 

 로또 1등 당첨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아 당첨금 20억원이 복권기금 국고로 귀속됐습니다. 지난해 1월15일 추첨한 로또복권 제998회차 1등 당첨자가 당첨금 20억7천649만원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로또복권 당첨금 지급 만료 기한은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입니다. 당첨금 수령기한이 지나서 당첨금 전액이 국고로 들어간 것입니다.

 

 당시 당첨 번호는 `13, 17, 18, 20, 42, 45`이었으며 번호를 모두 맞힌 당첨자는 12명이었습니다. 그중 미수령 1등 로또가 팔린 곳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복권 판매점이고 같은 회차 2등 구입 장소는 부산 동구에 위치한 복권 판매점으로 당첨금 7천835만8천478원인데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998회차 로또는 1등과 2등 모두 수령하지 않았습니다.

 

 20억의 주인공을 찾는 뉴스는 한 달여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지며 초미의 관심을 받았지만 당첨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누리꾼들은 `사놓고 잊어버렸나 보다`라고도 하고 `복권을 분실한 것 같다`는 추측과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급 기한이 만료된 당첨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전액 복권기금으로 귀속돼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안정지원사업, 장학사업,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됩니다.

 

 그동안 로또 1등 당첨자가 당첨금을 수령 하지 않은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지난 2019년 6월1일에 추첨된 861회차 1등 당첨자는 약 48억7천200만원의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복권을 구입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학생 때 시험을 볼 때도 내 실력으로 자신있게 푼 문제만 맞고, 요행을 바라며 찍은 문제는 모두 틀렸습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소풍 때 보물찾기에서도 보물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행운권 추첨에도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행을 바라지 않고 내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일한 만큼 번 수입으로 먹고 사는 것이 순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나에겐 불로소득의 행운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런데 매스컴을 통해서 복권 관련된 소식을 접할 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젠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더욱 더 복권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01/31 [17:4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