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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회> 아들의 결혼식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3/01 [17:19]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하지 않겠다며 큰소리치던 큰아들 이야기입니다. 결혼하려면 돈을 모으라는 말에 결혼 안 할거라고 그동안 강하게 말해왔습니다. 여자들한테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자 친구를 사귀라는 말에 귀찮다고 대답했습니다. 시간 맞춰 데이트 나가야 하고 데이트 코스를 짜야 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며 맞춰줘야 하는 일이 신경 쓰이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해도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 또한 부담이 크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의 적은 월급으로 혼자 쓰기도 넉넉하지 않은데 결혼해서 가족들 부양하기 벅차다고 했습니다.

 

 가까이에 존경하는 문인 대선배님이 계십니다. 외아들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능력있고 예쁜 며느리와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먹고 살기 힘들다며 아기를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아기를 낳으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며느리는 쌍둥이 손자를 출산해서 큰 기쁨을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양육하기 힘들다며 며느리가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수도권에서 외벌이로 쌍둥이 손자를 기르는 아들을 위해서 아파트를 장만해줬습니다. 퇴직 기념으로 큰 맘먹고 장만하신 외제차도 아들의 국산차와 바꿔줬습니다. 

 

 80대 연세에도 연금과 강연 등의 수입으로 아들에게 매월 생활비도 보태주고 계십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아들 때문에 힘들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언뜻 듣기엔 흉을 보시는 것 같지만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동안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연세 드신 아버지가 젊은 아들 가족한테 왜 그렇게 많은 지원을 하시는지 의아하게 생각됐습니다. 그러다 막상 닥치니 그 마음을 절실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결혼하는 아들한테 뭐든 다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결혼 안 하겠다며 저금도 안 하더니 이렇게 갑자기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한마디 하면서도 아들이 결혼한다는 사실에 기쁨으로 설레었습니다.

 

 나도 어느새 속이 없는 부모가 되어있었습니다. 집안의 제일 맏손자 결혼 소식에 친정 부모님을 비롯해서 가족들이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아기를 볼 수 있냐며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돈 없는 것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특히 며느리의 참한 외모와 착한 마음씨가 돋보였습니다. 직업도 내 후배라서 더욱 마음에 끌렸습니다. 내가 전국을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찾아도 못 찾을 최고의 며느리를 데려왔다고 아들에게 극찬했습니다. 

 

 겪을수록 며느리는 첫인상 그대로였습니다. 차분하고 말수가 많지 않은데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며느리의 문자를 보면서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작년까지 며느리가 장거리 출퇴근할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눈이 많이 와서 빙판일 때는 가슴을 졸였는데 다행히 올해엔 가까운 학교로 발령받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아들이 프로포즈를 고민해서 며느리에게 선물할 명품백을 구입해줬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신혼집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내 며느리가 돼줘서 고맙다고 하니, 며느리는 어머니가 돼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와이 신혼 여행비를 흔쾌히 결제해주고 용돈까지 달러로 바꿔서 며느리한테 선물했습니다. 아들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잘 못 눌렀나보다 생각하고 안 받으니 또 걸어왔습니다. 면세점이었습니다. 스카프 색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사양하고 싶었지만 선물 부담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평소에 좋아하는 연분홍색으로 얼른 골랐습니다.

 

 아들 부부는 일주일 동안 하와이에서 자주 소식을 전했습니다. 푸른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둘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애정 표현에 서툴던 아들이 하트로 인사하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예쁘고 상냥한 며느리를 얻으니 아들한테 영상통화도 받고 하트도 받는 등 신선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아들과 며느리가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동생은 청 자켓, 엄마는 스카프, 아빠는 카드 지갑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제금액을 듣고는 기절할뻔했습니다. 아들에게 너무 비싼 것을 구입했다고 나무라니, 감사한 마음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을 하면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더욱 깊이 감사함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역시 결혼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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