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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회> 자식의 도리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5/07 [16:52]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5월 4일 토요일 정오 시간으로 점심 식사를 예약했습니다. 우리 남매들은 해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해왔습니다. 남매 단톡방에 식사 일정과 장소를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전날 밤에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시간에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당일 아침에 큰 남동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가족 단톡방을 봤는지 물었습니다. 급히 확인해보니, 여동생 가족이 갑자기 오늘 참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남동생네 세 딸도 참석하지 못하고 서울 사는 둘째 남동생의 두 아들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외국에서 지내는 둘째 남동생 부부만 빼고, 그동안 전원 참석해왔기에 뜻밖의 상황에 난감했습니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인데 갑자기 불참한다니, 특히 여동생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전화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라 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직장 동료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불참을 통보하면 어떡하냐고 책망하자, 여동생도 맞받아쳤습니다.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거리가 먼 시댁까지 달려와서 참석해준 직장 동료의 딸 결혼식이라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은 이미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이니, 미리 말을 했어야지!”

 

 라고 말했습니다. 여동생이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짜증 난다고 했습니다. 알았다며 전화를 뚝 끊었습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 이럴 수 있어? 저도 자식들 키우면서 부모 마음도 모르고, 앞으로 어버이날을 또 맞이하실지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전화를 끊고 혼자 중얼거리며 씩씩거리고 있는데 ‘띵동’하고 톡이 왔습니다. 

 

 ‘언니 미안해 화풀어….’ 

 

 라고 시작되는 톡인데,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에 기분이 적잖이 풀렸지만, 서운해하실 부모님 생각에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부모님 댁에 들러 부모님을 모시고 예약한 식당에 갔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이 들어왔습니다.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작은 딸을 보시자, 부모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우리 큰아들 아기인 증손자가 들어서자 더욱 함박웃음을 보이셨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아버지께서 밭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내일 심을 모종을 미리 갖다 놓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를 집에 모셔드리고 아버지와 밭으로 향하는데,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와 같이 밭에 가겠다며, 어디에서 만날지 물어봤습니다. 

 

 여동생도 함께 간다니 아버지께서 더욱 반가워하셨습니다. 여동생이 커피숍에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밭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버지도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커피숍은 밖에서 볼 때보다 더욱 넓었습니다. 지나다니면서 보면, 그 커피숍에 사람들이 참 많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던 생각이 났습니다. 

 

 3층짜리 커피숍은 천장이 넓고 통창으로 사방이 뻥 뚫려서 조망이 좋았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감탄하시며 시설이 참 좋다고 하셨습니다. 엘리베이터도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다음엔 엄마를 모셔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여동생이 어린 시절의 추억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눈물을 글썽이시며 작은딸만 편애해서 큰딸한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속마음을 처음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커피숍을 나와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일 혼자 심을 테니, 모종을 밭에 옮겨주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셋이 함께 심겠다며 아버지를 도와 모두 심고 나니, 외출복이 흙 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혼자 일하면 3일 넘게 걸릴 텐데, 쉽게 했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앞으로 어버이날 식사 때마다, 함께 와서 모종을 심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버지 밭에 자주 와서 일을 했지만, 여동생은 처음이었습니다. 신기하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오늘 일을 동생 입장에서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면 늦으니,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자고 동생을 따독이며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여동생한테 온 톡을 확인해보니 

 

 ‘언니 미안해 화 풀어. 나 오늘 참석할게. 결혼식장에 안 가려고.’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속 좁은 언니로서 더욱 미안함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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