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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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와 60년대 우리나라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를 정도로 농업 기반 경제였다. 그때는 집집마다 마당 한 칸에 볏짚으로 엮어서 만든 두지(斗庋)라는 곳간이 있었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얻은 알곡을 보관하는 곳을 두지라 불렀는데, 당시 두지의 크기는 그 농가의 부유함을 상징하는 잣대였다. 두지의 알곡은 소작농이나 머슴에게 소작료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지급되었고, 남은 곡식은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는데 사용하였다, 그러고도 남은 잉여양곡은 양식이 모자라는 이웃에게 빌려주는 장리쌀(장려쌀)의 재원이 되기도 하였다.
농가의 두지는 요즘으로 치면 농가의 소득이었고 소작농이나 머슴에게 지급한 소작료와 임금은 분배의 원천이었다. 그러다보니 가뭄, 태풍 등 자연기후의 피해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면 자연히 소작인과 머슴에게 지급하는 분배도 줄어들었다. 이처럼 분배의 원천은 농가의 소득 즉, 농산물 생산의 양(量)이었다. 한편 자연재해와 상관없이 농산물 소득을 늘리는 방법은 퇴비를 투입하거나 농기구 개발 등 농업기술을 높이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결국 생산과 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분배 구조를 개선할 수 없는 논리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전 국민에게 무조건 1인 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국내총생산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예산으로 국민들에게 무상지원을 늘인다면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이는 마치 두지의 알곡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지를 헐어 모든 이웃에게 나눠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간(肝)에 기별도 가지 않는 량의 양곡을 받아든 사람들은 한두 끼 식사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일시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농산물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설비투자나 농기구를 개발하는 비용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효과도 불투명한 선심성 분배 문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분배의 원천인 생산과 소득을 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미래의 경제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가 잠재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노동,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처음으로 1% 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였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의 올해 잠재성장률 추정치 1.9%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3.5% 이후 올해까지 12년이나 연속하여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노동생산성의 감소를 지적하고 있다. 출산율의 급락으로 노동생산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노동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을 큰 문제점으로 들었다. 4월 총선 이후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추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제고와 함께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행히 제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언제까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 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등 신종 산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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