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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기사입력  2024/05/19 [19:09]

▲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 울산광역매일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람의 겉모습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개인의 능력, 인품을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가. 

 

 최근 현장 일을 마치고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강서병원 앞에서 김해로 가기 위해 일행을 기다리던 중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찾았다. 마침 강서병원은 문이 닫혀 있어 못 들어가고 옆을 보니 화장실이 있길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사장님 죄송한데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더니 “화장실 문이 잠겨서 안된다”고 했다. 순간 화가 났지만 어쨌든 급한 쪽이 나인지라 애걸복글 다시 사정했더니 그제야 화장실 열쇠를 내줬다.

 

 얼마 전 봤던 TV 한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어느 대기업 건물 앞에 있는 정원의 벤치에 앉아 한 중년 여인이 어린 남자아이에게 성난 표정으로 훈계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한 노인분이 정원의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핸드백에서 화장지를 꺼내 손을 닦고는 노인이 일하는 쪽으로 휙 던져버렸다. 노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여인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지만,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심드렁하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여인은 아이의 코를 훔친 화장지를 또 던졌고, 노인은 역시 묵묵히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노인이 관목 손질용 가위를 집어 드는 순간 세 번째 화장지가 또다시 그의 눈앞에 툭 떨어졌다. 여인의 무례한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노인은 언짢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여인이 아이에게 나무를 손질하는 노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너 잘 봤지? 어릴 적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 할아버지처럼 미래가 암울해 평생 저렇게 천한 일을 하며 고단하게 살게 돼!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손에 잡은 가위를 내려놓고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부인! 이곳은 회사 소유의 정원이라 직원들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전 이 회사 소속 계열사의 부장이에요. 산하 부서에서 일한다구요! 그녀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거만하게 신분증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 노인은 휴대전화 좀 빌려 주시겠소라고  노인이 그 여자에게 부탁하자, 여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그 여자는 이때다 싶어서 아들에게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저렇게 나이가 들었는데도 휴대전화 하나 없이 궁색하게 사는 꼴 좀 봐라! 저렇게 안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해, 알았지.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노인은 통화를 끝낸 후, 고맙다며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잠시 후, 한 남자가 급하게 달려와 노인 앞에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 노인은 그 남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를 당장 회사에서 해고시키게.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노인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하게 이렇게 속삭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란다. 짧은 한 마디만 남기고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 

 

 여인은 눈앞에 벌어진 뜻밖의 상황에 너무도 놀랐다. 달려온 남자는 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이자 그녀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여인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어째서 당신은 저 정원사에게 그렇게 깍듯이 대하는 거죠? 무슨 소리야! 정원사라니? 저분은 우리 그룹의 회장님이세요! 뭐라고요? 회장님! 여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벤치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직장을 날려버린 것이다. 이 드라마처럼 만일 내가 양복을 차려입고 가게 문을 두드리면서 사장님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사용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으면 분명히 그렇게 나를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겉모습만 보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직접 경험한 하루였다. 그 가게 주인은 고급 옷을 입은 손님이 부탁했다면 직접 가서 화장실 문을 열어줬을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사용을 요청하면 불편하거나 번거로운 경우가  발생할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장실은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곳 아닌가. 이런 곳까지 야박하게 이익 불이익을 따지면 세상 살맛은 정말 없어진다. 복잡하고 개인 위주의 사회가 됐지만 최소한 인간의 기본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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