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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입력  2024/09/08 [18:22]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 소득(기준소득월액)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로, 직장인의 경우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가입자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기준소득월액이 286만원인 경우 지금은 보험료 납부액이 25만7천400원이지만 개혁안이 통과되면 37만1천800원으로 11만4천400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보험료율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차등을 뒀는데,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한다. 연금제도가 저(低)출생, 고령화 등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입자 수와 수명 변화를 반영해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개혁안대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이 조정되고 기금수익률을 5.5%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현재 2056년에서 2072년까지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21대 국회 당시 여야의 잠정 합의안에서 논의를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21대 국회 잠정 합의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4%까지 올리자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개혁이 이루어졌다. 1차 개혁 때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었고, 2차 개혁 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낮추기로 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정치권이 명심해야할 점은 이 시점에서 왜 연금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이다. 연금개혁에서 고려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54년쯤에는 국민연금 적립기금 고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국민연금 적립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보험료율만 인상한다면, 보험료율 인상 이후의 세대는 자신들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에 비해 연금 수급액이 지나치게 적다고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성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비가 1이라는 것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운용수익의 합이 연금급여 전체 규모와 같다는 뜻이다.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게 약정되어 있는 기존의 연금구조와 함께, 세대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바로 저(低)출산 문제이다. 지금과 같은 저(低)출산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모든 세대의 기대수익비 최대치가 1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 상황에서도 미래세대에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연금개혁의 최대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공적연금의 운용방식은 보험료의 원리금을 기금으로 조성해서 연금급여를 충당하는 적립식과, 미래세대의 보험료로 기성세대의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기금이 적립되다가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전환이 되는 부분적립식 구조다. 현재 국민연금 운용방식으로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더라도 2080년경에는 결국 전체 적립금이 소진될 것이고, 지금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미래세대의 보험료율은 결국 30~40%까지 인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금개혁의 핵심은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형평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연금제도를 어떻게 분리하여 운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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