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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저물녘
 
이정숙 시인   기사입력  2024/09/11 [16:40]

돌아앉은 나팔꽃 화단에

어둠이 눕는다

 

고개 숙인 꽃잎 위

달이 오른다

 

멀리 보이는 창

신호등 깜박거린다

 

너의 그리움이

안으로

말리고 있다

 

적요 속

등 하나 건다

 


 

 

▲ 이정숙 시인

<시작노트>

 

 짧은 호흡 속에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여기에 있다. "나팔꽃 화단"의 "꽃잎"과 "멀리 보이는 창"이 형성하는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 이 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크게 두 개의 계열로 구분하자면 하나는 `빛`의 계열이고, 다른 하나는 "어둠"의 계열이다. `빛`의 계열에 해당하는 어휘로는 "달", "신호등", "등 하나" 등이 위치하고, `어둠`의 계열에 속하는 어휘로는 "어둠"과 "적요"가 제시된다.

 `달`, `신호등`, `등 하나` 등 이 시에 등장하는 `빛` 계열 어휘는 너무 밝고 강렬한 빛을 발산하는 대신 은은하고 잔잔한 빛을 내보낸다. 어둠, 적요 등 이 시에 등장하는 `어둠` 계열 어휘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측면에서 다소곳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번 시의 제목인 "저물녘"은 4연 1행의 단어 "그리움"과 연결되면서 "너"라는 인물을 소환한다. 경계의 시간으로서의 `저물녘`을 형상화해본다.

 

 

이정숙

 

- 서울 출생

- 시인, 시 낭송가

- 2015년 『호서문학』 우수작품 신인상 등단

- 시집 『뒤돌아보면, 비』(2019) 『오늘이라는 방』(2024)

- 목원 문학상 수상

- 한국 낭송 문학 대상 

- 2019년, 2024년 대전문화재단 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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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11 [16:4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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