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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한 해를 보내며
 
김현숙 시인   기사입력  2024/12/10 [16:19]

▲ 김현숙 시인  © 울산광역매일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금방 다 지나가고 벌써 겨울로 접어들었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때로는 길게 느껴지고 때로는 짧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삶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가 달라서 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서 봄도 가을도 없는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가을이라고 단풍을 잔뜩 기대하지만, 쉽사리 단풍이 들지 않고 푸르스름한 이파리를 하다가 또 어느 순간에 보면 온 산이 붉게 물들어 있다. 우리는 앞으로 기후에 적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힘으로 기후를 바꿔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인가 오늘 아침에는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려서 첫눈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온종일 눈은 오락가락하며 내렸고 설렘은 잠시뿐 내일까지 눈이 내린다고 하니 빙판길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하지만 첫눈으로 인해 온 세상이 설국으로 변해있어서 마음이 순수해지고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길을 걸으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왜냐하면 솜같이 가벼워 보이기만 하던 눈이 습기를 너무 많이 머금고 쌓여서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져 있거나 가지가 부러져서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해도 다 저물어가고 날씨는 쌀쌀한 겨울 티를 내고 있다. 여름이면 냉방비를 걱정해야 하고 겨울이면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는 잘살거나 못살거나 비슷하다. 또한 아껴 쓰려는 마음도 똑같을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겨울나무에 눈꽃이 눈부시게 빛나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따듯한 기운이 돌고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지인을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버스를 타게 되었다. 앞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자꾸만 기사님을 향해서 횡설수설하는데 말귀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기사님이 저에게 뭐라고 말하느냐고 물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하차하고 싶은 모양인데 버스정류장 이름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격으로 명성빌라를 간다고 하신다. 이 대로변에서 명성빌라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기사님께 말씀을 드렸다. 아무래도 치매 노인인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기사님께서 나보고 신고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신고를 했더니 경찰이 위치추적을 해서 버스정류장으로 와서 경찰에게 인계를 해드렸다. 버스가 10분 이상 정차를 하는 동안 승객들은 조용히 기다려 주어서 정말 감사했고 할머니도 경찰들이 집으로 잘 모셔다드렸으리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계절은 겨울을 향해서 깊어만 가는데 아무런 기억도 없이 밖을 나와 헤매고 다니는 노인을 보니 우선 살아계신 어머니가 한 번 더 염려되고 고령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치매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들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네 부모 내 부모를 구분하기보다는 내 일이다, 생각하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가족 중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우므로 이제는 모든 것을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 해의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그래서 12월은 한 장 남은 달력이 쓸쓸하기만 하다. 나는 한해를 어떻게 살아왔을까?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전념했던 것 같은데, 연말이 되니 송년회가 한창이다. 시간이 되면 가고 안 되면 안 가지만 요즘 사람들은 모두가 유흥을 잘 즐기는 것 같다. 못 놀면 바보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 태어나면 잘 노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부족한 것은 늦었지만, 노력하면서 채워가야겠다.

 

 한해를 잘 마무리 하나 싶던 12월 3일 밤 10시 23분경 갑자기 속보가 뜨더니 윤 대통령께서 비상계엄 선포를 하신다.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은 시간에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실망감만 남기고 끝이 나서 그 허탈감과 수습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찔러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너무나 섣부른 행동은 살아가면서 삼가야 할 대목이다. 불안 불안하던 정국이 겨울을 더 썰렁하게 하고 말았다. 하루빨리 대한민국에도 따듯한 봄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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