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포노사피엔스 시대라고 부른다. 이는 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 스마트폰이 전 세계로 상용화되면서 기존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밀려나고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세상을 맞이했다.
기존의 모든 소통 방식이 각 나라별 매스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21세기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와 대화가 가능하고 미디어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지구 반대편에서도 우리나라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음식, 아이돌, 정치적 이슈는 물론, 문화예술 콘텐츠도 손가락 하나로 유투브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톡을 통해 실시간 동영상과 뮤직비디오로 생중계되고 있다. 작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 팬덤이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을 팔로워하는 수백, 수천만 명의 팬들과 만나 한순간에 수억만 명의 지구인들과 소통하는 천지가 개벽한 문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땅덩어리도 작고 자원도 빈약한데다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의 각축장이기도 한아시아의 변방에 위치한 인구 5천만 명의 대한민국은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그 이름조차 생소한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세계인의 머릿속에 희미하게 기억되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지구촌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K-문화의 성지로 불리우고 있다. 서울의 홍대거리, 합정역 부근이나 신촌, 광화문, 을지로, 동대문, 명동 등 상가와 거리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곳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나 한옥 마을, 고궁 등에는 연일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이는 서울 시내 전철을 타고 보면 20여 년 전만 해도 드문드문 보이던 외국인들의 모습과 외국어로 통화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승객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나 대학원에 외국인들의 유학 인원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지방 대학의 경우에는 줄어드는 청년 인구의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대학들이 외국 유학생들로 채워 과대표나 학생회장을 이슬람이나 아시아권 나라의 학생이 맡는 등, 새로운 대학 문화가 생기고 있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에 따른 반사 현상일수도 있지만 K-팝 등 한류의 바람을 타고 외국인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되고 한국에서 살아 보고 싶은 청소년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지난 3일 밤 우리는 45년 전, 군부독재 시절 겪었던 끔찍한 비상계엄의 순간을 맞이했었다. 불과 155분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주일이 지나는 순간까지 환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주식은 팔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600포인트 이상이 빠져나가 국고 손실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국제 신인도는 IMF 시절보다 못한 불안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여행을 줄줄이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러 외환수지는 점점 악화되고 기업들은 내수 부진과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책임을 진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과 국정 책임자의 불통의 정치가 한순간 국가를 몰락시키고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세계적인 안목으로 K-팝을 연이어 흥행시키고 K-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가 지난 세월 동안 차곡차곡 이루어 낸 성과를 한순간에 까먹고, 불안하고 위험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작금의 사태는 국민들은 용서하기 어렵다. 21세기에는 반도체나 일부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만한 자원이 없다.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문화 예술을 중심으로 한 K-컨텐츠 밖에 없다. 우리 다음 세대의 미래도 역시 포노사피엔스를 견인할 문화예술 컨텐츠가 중심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화의 흐름을 빨리 읽어내고 실시간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녹아드는 열린 사고를 통해 국가의 성장을 이끌어 가고 경제부흥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된다고 해도 K-문화는 새로운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이런 사실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다시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