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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점방
 
박시학 시인   기사입력  2024/12/11 [16:05]

동네어귀 간판 없이

키 작은 빨간 우체통이 서 있고 

담배 공중전화 버스시간표 벽에 붙은 콧구멍만 한 가게

 

몽당연필 귀에 꽂고

느릿느릿 주판알 튕기다

외지나간 손녀 맞듯

아무나 반겨주는 쌀게 숨구멍만 한 가게

 

농약 호미 연탄 검정 고무신 눈깔사탕 산도 사이다

빨래비누  미원 건전지 치약 고무줄 양초 팔각성냥  

쫀디기 꾀돌이 짱이야 빙초산 소주 도가막걸리 담배 

나이롱화투 먼지 뿌옇게 앉은 꽁치 통조림 귀퉁이 달아 난 외상장부

구석구석 제자리 찾아 떡하니 앉은 구멍가게

 

탁배기 대포 한잔 놓고 

공짜배기 굵은소금 안주 삼아 입에 털고 말씀 귀담아본다

‘...아그들이 몰려오면 눈이 아주바뻐

백 원 내고 오백 원어치 가져가면 다 알고 있지라, 그래도 말 안 해

문구녕 뚫어 유리 붙인거 그거 그라믄 손짓거리 덜하지

아그들 좋은 길 가라고...

애기들 한테도 너 왔냐 안 해

그러면 아그들이 배울게 없잖에

자네 왔는가, 조심해 가소 했지’

 

‘간 빼서 못에 걸어놓고 장사혀

늙어 농게 옛날 머리하곤 틀려,

주판 잘못 튕겨 백 원 더 받으면 갖다 줘야 마음이 편해’

 

‘살아온 일 생각하면 참말로 아닐 아닐 해

장사 중에 제일 말단이지

내가 젤 좋아하는 노래가 이미자 여자의 일생이네

그게 나하고 똑같드랑께’

 

‘긍게 힘이 딸려 이제는 못 허것네

완전히 진돗개가 돼 부렀제

다시태어나믄 절대로 안 해

진짜로 안 해 싫어‘

 

연신 먼지떨이를 흔들다 말고

뭐가 부끄러운지 웃어주는

외할머니 같은 추억의 구멍가게

 


 

 

▲ 박시학 시인

<시작노트>

 대형마트, 24시 운영 편의점이 즐비한 요즈음에도 살아남은 점방이 있다. 좁아터진 점방 한 귀퉁이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졸고 있는 모습은 퍽 정다워 보인다. 「구멍가게 이야기」 박혜진. 심우장 2021 ㈜ 도서출판 책과 함께. 책 속 내용 가져와 빼고 보태고 비틀었다. 

 

 

박시학

 

본명: 박성학

이메일: psh7647@naver.com

시집 『시시각각』

동시집 『노란하늘』

        『동시동시』

‘시산맥시회’ 특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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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11 [16:0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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