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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삶의 추억 한 조각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25/01/09 [19:55]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울산광역매일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전도를 받아 교회에 처음 나갔다. 그 교회에 다니며 세례를 받았고, 등하교하면서 교회를 오가며 기도했다. 그곳에서 공적 예배 중 방언을 받게 되었고, 학생회를 담임했던 선생님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기타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그 당시 내가 음악에 취미가 있고 조예가 깊었다면 에릭 클랩턴을 능가하는 기타리스트가 됐을지도 모른다. 흔히 사춘기 시절 청소년이 그렇듯이 나도 교회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흠모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개인 사비를 들여 학생들에게 성경책을 선물했으며, 나에게는 특별히 자신이 갖고 있던 기타를 선물했었다.

집에도 몇 차례 방문하면서 여동생과도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아마 성씨가 달랐다면 그 집안 가족의 일원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무렵 허무주의의 멋에 사로 잡혔던 나는 일제 강점기 비련의 여주인공 전심덕의 `사의 찬미` 같은 말에 매료됐고, 누나의 책꽂이에 꽂혀 있던 그 당시 유행했던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은 에세이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초록색 외피에 내지는 촘촘하며 조그만 세로글씨로 인쇄된 세계문학전집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모비딕` 같은 소설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책을 읽다 잠들곤 했다. 큰 누나가 사다 준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중학생이었던 내게는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이라 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큰 누나가 정기 구독하던 샘터에는 이해인 수녀와 법정스님의 글과 20년 넘게 연재했던 소설가 최인호의 가족 시리즈도 연재됐었다. 그 당시 샘터 같은 정기간행물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었다. 문화가 척박했던 시절 인쇄물이 홍수처럼 넘쳐나기 시작했고, 라디오의 보급은 또 하나의 미증유의 역사를 기록해나갔다.

가요로는 조용필의 `단발머리` 송창식의 서정주의 시에서 따온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박인희의 `모닥불` 등이 나왔고, 팝송으로는 카펜터스의 `탑 오브 더 월드` 사이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같은 주옥같은 노래를 들었다. 고교시절에는 `김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학하는 시내버스 속에서 단골로 듣곤 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진입하는 초입에는 추억사진관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현재는 추억의 이름으로 남겨지고 사라진 상태다. 그때 찍은 가족 사진 속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환갑 전후를 맞아 회고록을 적을 나이가 됐다. 추억사진관 뒤편으로 신화마을이 도열하듯 서 있는 모습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이다. 사람은 그대로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성장과 노화의 과정으로 얼굴이 달라지듯 도시의 변화도 그대로 보존되는 곳도 있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로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 지기도 한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과정에서 고향을 떠나 살다보면 옛날 고향산천에 돌아와도 어느 곳이 내가 살던 곳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엇비슷하고 획일적이다. 그나마 자연적인 배경이 뒷받침된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부각되지만 공산품의 대량생산과 도시화로 인한 아파트 문화와 자동차 보유로 인한 도로개설로 도시마다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쉽다.

지금부터라도 획일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확장하는 문화의 힘을 기대해본다. 통일성을 극대화한 매스게임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 통일성은 사회적 합의요 불문율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단조로움만으로는 인생이 구성된다면 답답함을 피할 수 없다.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 빛나는,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로 응집된 문화의 힘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아름답게 한다. 살다 보면 시처럼 짧은 탄식도 필요하며, 에세이처럼 편안한 여유도 필요하다. 축제의 피날레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도 동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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