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반에 신규 선생님이 발령을 받았습니다. 저의 초임 교사 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생활지도였어요. 교과 지도에 관한 자료들은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교육대학교의 과정이 교과 지도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서 교수법을 익히는 자료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반면 생활지도는 발령받자마자 좌충우돌 경험으로 쌓아나가거나 옆 반 경력 교사 선생님께 문의드려 도제식(?)으로 배워나갔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는 것이 바쁜 선배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교실 문을 두드리기가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는 무작정 말려야 하는지, 훈육해야 하는지, 화해를 시켜야 하는지, 화해는 어떻게 끌어내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잘 마무리된 갈등도 있었고, 무언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듯 찜찜함을 남기고 덮어버리다시피 무늬만 마무리된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억울함을 남긴 경우도 있었고, 학부모님께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자료 등 여러 커뮤니티나 도서, 인스타 등이 활성화되면서 생활지도나 학급 운영에 관한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만, 책에 나오지 않는 소소한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이나 작은 학급 운영 팁들을 신규 선생님께 알려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거창한 요리책은 아닐지라도 매일 먹는 집밥 요리책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고학년 아이들의 일상인 사소하고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우리 반 친구들의 동의를 얻어 옆 반 선생님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옆 반 아이들의 갈등을 신규 선생님과 함께 진행해 해결하기도 합니다.
연말에는 서로 친해진 친구들이 선을 넘나들며 크고 작은 오해로 인해 갈등을 만드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며칠 전, 교실 맞은편 자료실에서 옆 반 아이들의 갈등을 해결하고 수업종이 울려 바쁜 발걸음으로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응. 옆 반 친구들 갈등이 있어서 잠깐 진실의 방(아이들이 붙여준 자료실의 별명)에 다녀왔어” “왜 옆 반 애들 싸운 걸 선생님이 말려요? 그 반 선생님도 계시는데” 질문이 꽤 날카롭습니다.
“응. 우리가 진실의 방에서 서로 오해 없이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을 옆 반 선생님께도 알려드리려고” “우리만 알면 되잖아요. 선생님은 우리 반 싸움만 말려주면 안 돼요?” “왜?” “선생님이 옆 반 아이들 조정해 주면 그 반 아이들이 선생님과 친하게 되고 다른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인기 많아지면 왠지 싫어요”
아이들의 시기 질투가 어린 마음을 마주하니 사랑받는 교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둥실 떠오릅니다. “여러분이 선생님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참 고맙고 행복하네. 선생님처럼 사랑받는 교사도 드물 거야 아마. 그런데 말이야, 선생님이 옆 반 친구들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갈 시간을 아껴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이유가 있어”
아이들의 눈빛이 궁금함으로 반짝입니다. “너희는 최고 학년인 6학년이 되고, 선생님도 7기 후배를 만나는 날이 곧 오겠지? 너희들 모두 함께 6학년이 된다면 선생님은 한 해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 하지만 그럴 수 없고 슬프지만 내년에는 각자 다른 교실에서 생활하게 되겠지. 그때 옆 반 그 아이를 이 중에 누군가는 만날 거야. 누군가와 함께 생활할 옆 반 아이가 갈등을 겪더라도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한 번쯤 경험했으면 좋겠어. 내년에 그 아이를 만나게 될 여러분 중 그 누군가를 위해서. 너희가 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씨앗을 조금이라도 뿌려놓고 싶은 것이 선생님 마음이야”
아이들은 한참을 말이 없었습니다. 말을 하면서 울컥하고 아직 오지 않은 이별의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그래 이제 우리가 이 교실에서 함께할 날들이 많이 남지 않았지…참 좋은 우리 반 교실을 둘러보며 새삼 학년말의 아쉬움에 잠깐 마음을 적신 12월의 어느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