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칼럼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일본 장기 복합불황의 교훈
 
이창형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수필가   기사입력  2015/05/10 [16:56]
▲이창형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수필가     
일본의 복합불황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 그동안 25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불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니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이제 경제적 현상을 초월하여 사회 전체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본경제가 겪고 있는 장기 불황을 디플레이션, 구조적인 경제위기, 사회 전체가 과거 성장시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탈바꿈하는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전환형 복합불황’이라고 부른다.

저성장, 저투자, 저물가, 저금리 등 소위 4저(底) 현상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복합불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본이 복합불황에 빠지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으로는 전후 일본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경쟁력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니, 도요타, 혼다, 마쓰시다, NEC, 히타치 등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일본 기업들이 1985년 ‘플라자 회담’ 이후 엔화 가치가 달러당 250엔대에서 80엔대로 급등함에 따라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일본은 호황기 때 대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고, 그 때 국내로 유입된 돈이 일본의 자산 가격을 급등시킴으로써 주식, 부동산 등 모든 금융시장에서 버블현상이 초래되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덩달아 가계부채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로 수출이 줄어들고 경기가 후퇴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결국 버블현상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였으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채를 상환하는데 급급하였다.

그동안 일본은 복합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금리를 0%대로 인하하였으며 ‘아베노믹스’ 정책을 통해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었으나,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물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소위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신용위기 등 2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대외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경제로서는 장기 복합불황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제상황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현상들이 우리에게도 똑 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해 왔던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컴퓨터 등 핵심 제조업이 글로벌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원/엔 환율 등 원화가치 급등, 중국의 기술 추격에 따른 자체공급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 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초로 2%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달 30일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3~2015년 중에 적용키로 했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2.5~3.5)의 하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금년에도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낮아진 상태이나, 좀처럼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후퇴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가계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늘어난 가계부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도 서서히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저투자의 덫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복합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수행해온 여러 가지 경제정책들의 공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엔화 강세를 무리하게 수용함으로써 수출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린 것이라든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킨 실패 사례 등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는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통화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하고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자칫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05/10 [16:56]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