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0761543

코미디 조각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띠로리 소프트의 운영자 띠로리씨가 쓴 책입니다. 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나름 조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귀엽고 허술한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관련된 굿즈까지 판매하는 쇼핑몰이 된것 같습니다. MZ 세대들이 열광하는 왠지 불쌍하지만 귀여운 인형들이 웹사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허술한 인형을 만들어팔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자신은 허술하지만 인형제품을 만드는데도 허술할수는 없었기에 허술하게 허슬(Hustle)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정말 MZ세대 다운 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기에는 허술하지만 나름대로 속으로는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저자는 경쟁이 너무 심각하고 뭔가 실수 하나라도 하면 큰일날 것 같은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허술한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런 나인채로 일단은 고고를 외치면서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바쁩니다. 띠로리 소프트에서 만든 인형을 보면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뭔가 빠진뜻한 느낌이 듭니다. 시중에는 완전히 귀여운 인형들이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인형들은 나사 하나가 빠진듯 뭔가 허술합니다. 길잃은 고양이가 그렇게 예쁘지 않아도 왠지 마음이 쓰이는 것처럼 그래서 저자는 이 인형들이 자기의 자식들 같다고 합니다. 처음 습작으로 만든 엉성한 인형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같습니다. 

이런 전략은 책에도 나왔었지만 토이스토리 시리즈에 등장했던 어설픈 장난감 이야기하고도 비슷합니다. 어린 주인이 어설프게 미술시간에 만든 장난감은 생명이 있지만 자신을 비하하면서 싫어합니다. 어딘지 스스로가 못난이라고 생각하고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믿는것 같았습니다. 누가 봐도 어린아이의 장난같은 어설픈 작품이지만 이 장난감은 그해 토이스토리의 실사 장난감 중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요? 

띠로리는 왠지 당혹스러운 장면이 나올때 등장하는 배경 BGM에서 따온 말입니다. 실제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당황하거나 좌절할 때 내는 소리. 바흐가 작곡한 <토카타와 푸가>의 시작 부분을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정의되어 있었습니다. TV에서 수없이 많이 틀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영상을 자주 접하다보니 아예 정식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의미로 회사명을 지은 것입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등용문이 수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수능을 망친 후에 본 영화 한편으로 띠로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능의 출제방식이 그러하듯 우리는 완벽을 요구하는 정답을 맞추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틀린 문제를 골라내고 사지선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풀이로 청소년기의 전부를 보내왔습니다. 수능의 핵심은 실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해도 시험날 실수를 하면 멘붕이 와서 시험을 망치는 학생들이 너무 많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대학의 이름이 여기서 결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시 입학 역시 수능과 3년의 학업을 노예처럼 엮어서 아이들의 미래를 정합니다. 시험 한번을 실수하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이런 세상에서 허술함이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지만 저자의 사업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허술해도 우리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완벽한 것이 삶의 성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수하더라도 언약을 따라가야 합니다.부족해도 언약안에 있으면 참된 인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는 율법의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복음은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가는 것입니다. 복음받아야 할 많은 사람들은 사실 모두 부족합니다. 부족해도 하나님께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

[출처] 2023년 오늘의 책 : [허술하면 좀 어때] 띠로리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