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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의 회복을 위하여
 
서상호 효정고 교사   기사입력  2015/04/14 [17:03]
▲서상호 효정고 교사
세월호 사고 1주기가 다가온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일 년 전 사월 십육일 우리는 세월호가 기울어 갈 때부터 완전히 뒤집히기까지 그 몇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구해 내지 못한 채 그냥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었다. 그 날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력하고 어처구니없는 사회인지를 똑똑히 보게 된 것이다. 비단 그 날의 그 상황만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허점투성이였던 우리 사회의 민낯이 온전히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다. 거의 전 국민들이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거듭나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그만큼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컸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한 해가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 사회에는 그 때 희생된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자식을 잃고 비통에 잠긴 부모들까지 싸잡아 빈정거리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부실한 운영과 안전 불감증 속에 희생되어 간 어린 학생들을 물에 불은 어묵에 빗대어 조롱하는 이들의 심정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지난 가을에는 자식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 강력한 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단식하는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피자와 김밥을 마구 먹어치우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인 이들도 있었다. 언론에 의하면 십대와 이십대를 주축으로 하는 이들 무리는 평소에도 사이버 공간에서 주로 여성들이나 특정 지역인들, 장애인들, 그리고 빈곤층 등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 그룹을 집중 겨냥하여 공격해 왔다고 한다. 왜 이들은 하필 가슴 아픈 피해자들, 사회적 약자들을 더 잔인하게 공격하는 것일까? 그들 스스로도 실상 소외계층에 가까우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어쩌면 승자 독식의 비정한 자본주의 논리가 낳은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소수의 절대강자에게 전적으로 복종하지 않고는 최소한의 연명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약자를 위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는 나 스스로도 그런 약자의 길에 함께 묻어갈 뿐 아무 소득도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일찍부터 승자의 감성에 익숙해져 마음의 쾌감이나마 누리고자 하는 심정인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지적처럼 스스로 약자이면서도 다른 약자를 짓밟고 조롱하는 동안 자신의 처참한 현실을 잊고자 하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이야말로 절망적인 사회 현실이 아닌가?

  한편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의 특성이 어쩌면 이미지 문화의 영향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극의 공감 능력은 장중한 언어적 서사 구조의 이해 없이는 체화되기 힘든 법이다. 공감 능력이란 고아함에 대한 동일시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도덕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지의 세계에서 자라온 이들은 언어적 서사 구조의 이해에 미숙할뿐더러 단편적이고 냉소적인 코미디에만 젖어 살다 보니 고아한 도덕성에 대해 동일시하려는 자세가 없다. 자연히 공감 능력이 사라지면서 고통 받는 자들의 아픔을 이해 못하고 오히려 모든 것을 빈정거리는 냉소적 태도에 더 호감을 갖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즉각적인 환호나 욕설의 반응밖에 모르는 끔찍한 세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태가 이리 된 데는 분명 교육을 맡은 이들의 책임이 크다. 교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우리의 학교가 갖는 폐쇄적 획일성을 생각하면 무력감이 앞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공감 능력의 회복을 위해서는 진부하지만 역시 교육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 교육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회 교육이 획일적 가치를 넘어선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며, 억압과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평화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다양성을 감싸 안는 너그러운 관용의 정신에 초점을 맞추어 가야 한다. 나아가 사회는 학교에 대해서도 이제 획일성과 억압의 이미지를 지우고 더 유연해질 것을 요구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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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14 [17:0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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