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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만찬
 
이금희 언약의 교회 담임목사   기사입력  2015/10/04 [18:18]
▲이금희 언약의 교회 담임목사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한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파킨슨 질환을 앓고 있는 부부가 나왔다. 남편은 중병이라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잘 못하며 대부분 침상에 누워 지내고 있다. 간호사가 자음 모음이 적힌 칠판을 들고 와 손가락으로 표시하라고 하니 “당신, 참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문장이 완성됐다.

옆에서 병 수발하는 아내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아내는 남편의 손을 꼭 쥐어준다. 병 깊어 함께 집으로 갈 수 없는 남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안타까워했다. 그런 남편을 달래고 부인은 집에 와 밀린 가사 업무를 처리하는데 부인 또한 병이 있어 힘겨워보였다.

이처럼 질병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노년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고령화를 맞은 한국의 문제점이다. 장수가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은 필수적이고 절대적 요인이 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정작 자신의 크나큰 자산이 되는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가 쉽다. 그러나 장애나 질병이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안다.

얼마 전 TV에서 외국인들의 독특한 철학이 담긴 ‘마지막 만찬’에 대해 방송해서 뜻 깊게 시청한 적이 있었다. 한 외국여성은 젊고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코에는 24시간 산소호흡기가 꽂혀있었다. 선천적 질환으로 20세가 넘은 지금까지 자유롭게 활보하지 못하고 어렵게 지내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학생활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고, 예쁘게 화장하고 친구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이어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공여자가 생겨 그녀는 장기기증을 받고 10여 년 더 살 수 있지만 장기기증을 거절했다. 그것은 지금처럼 또 산소호흡기를 찬 채 생활해야 하고 연명하듯 시간만 연장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삶의 질의 문제로 인해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짧은 생애였지만 자신의 삶을 감사로 마무리하기로 결심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마지막 만찬을 누리기로 결정했다. 또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번지점프를 하면 기금이 적립되는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친오빠는 겁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동생을 위해 번지점프를 하고나서 감격의 눈물과 함께 벅찬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마지막 만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비록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는 기쁘면서도 숙연하고, 행복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밥 먹는 일은 아주 중차대한 문제였기에 가족들을 뜻하는 단어도 식구(食口)라고 하고, 한솥밥이라는 표현처럼 밥상을 귀하게 생각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처럼 가족들과의 밥 먹는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가정교육이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지금처럼 밥 먹는다는 행위가 하찮게 여겨지는 풍요의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현대인들은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솥밥 먹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오늘 문득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밥 먹었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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