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물의 나라
 
김정숙 시인   기사입력  2015/10/05 [15:19]
▲김정숙 시인
강물 같은 노래가 흐르네
노래 같은 강물이 흐르네
읽고 또 읽고, 읽고 또 읽어
수 백, 수 천 번 되풀이한 자리에
우르르 물소리 몰려드는 저녁
굽이진 숲 속 작은 암자에서
어머니 허리 굽혀 촛불을 켜던
그 곳은 졸졸졸 물의 나라
나는 들풀처럼 축축해져서
푸른꽃 한 송이 피울 것 같네
그녀의 기도는 평생 되풀이어서
싸리꽃 유난히 붉었던 날에도
되돌이표 한결같이 돌아갔을 것이네
한결같음이 만드는 기가 막힌 리듬을
시인이여 그대는 아시는가
수 백, 수 천 번을 되풀이해야 생겨나는
구성지고 구성진 그 노래를 정녕 아시는가
산 전체가 뿌리까지 전율하는 저 슬픈 리듬이
그녀가 평생을 두고 써 낸 시 한 편임을
어린 시인아, 그대는 아시는가
치마폭처럼 몸을 감싸던 은밀한 습도를
이제는 내가 품어 가고 싶네
창작노트
여름 끝자락에 어머니의 평생 기도처인 작은 암자에 갔다. 살아생전 한 번도 함께 못 가본 크나큰 죄스러움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데 가는 길에 유난히 싸리꽃이 붉었다. 무학이셨던 어머니가 드린 기도는 받아서 쓰면 되풀이의 연속이셨다. 화려한 경을 다 읽을 수도 없었고 세련된 단어를 구사하지도 못하셨으나 그 기도는 되풀이에 의한 리듬으로도 정말 대단한 예술이었다.
 나는 한 작품에 필이 꽂히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소리 내어 읽는 버릇이 있는데
반복하는데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기가 막힌 리듬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리듬에 작품을 담아놓고 시도 때도 없이 꺼내보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다 혹시 저물녘 폭풍 같은 슬픔이 오면 잠시 차를 세우고 울고 가도 좋고 내가 만든 새로움 리듬이 안내하는 대로  여기저기 가 보면 그 글을 쓴 작가가 깊이 숨겨둔 속내를 발견하는 횡재를 하기도 한다. 이런 유희는 어머니의 기도방식에서 온 것이라 여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10/05 [15:19]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