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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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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감자 몇 알을 뽀득뽀득 씻어서 껍질째 스텐 냄비에 앉히고 물은 감자가 잠길 정도로 찰랑찰랑하게 가스는 중간불로 맞추어 놓았더니 몇 분이 지나자 감자는 싹을 틔울 때처럼 열이 오르는지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연거푸 안간힘을 쓰는 것이 겨울 한낮을 다 녹일 듯 지랄이다 감자는 며칠 전 진눈깨비 소소히 내릴 때 외삼촌의 고물 트럭에 실려 와서는 우리 집 앞마당에 한 박스 부려졌다 막 하우스에서 오시는 길인지 흙발인 삼촌은 꽁꽁 얼어붙었을 몸도 녹일 틈 없이 그냥 휙 돌아섰다 트럭이 사라질 때쯤 나는 박스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캐다가 호미에 찍힌 것들과 땅 속에 있는 동안 굼벵이에게 살을 반쯤 내어준 것들과 토실토실, 상처 하나 없는 것들이 한데 섞여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그러던 감자는 이내 고방으로 옮겨졌고 밥상에 앉아 뜨거운 감자 껍질을 벗긴다 요리조리 돌려가며 벗긴 감자를 소금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아, 팍신팍신하고 암팡진 맛은 아니어도 탁.탁 터진 껍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외숙모 잔주름이 스쳐 지나가는 기라 내 알기에 숙모는 가을에 감자를 심은 적 없는데 옆동 하우스에서 품삯 받아 또 가지고 오신 게지 단 한 번도 감자를 캐보지 않은 나는 불붙은 감자를 옴삭옴삭 잘도 먹어 치우고는 작업 끝낸 일꾼처럼 일어선다 그리고 아주 잠깐 생각하는 기라 감자는 생애 두 번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고! 그때부터 오후 내 들썩이던 칼바람 잦아들어 뽀얀 꽃잎이 한 잎 두 잎 날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노트:
울엄마가 전화만 하시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오신다. 외삼촌은 살림이 그리 녹녹하지 못하시다. 그런데도, 먹을 것, 농산물이 생기면, 우리 집부터 가져오신다. 그런 외삼촌 내외를 볼 때면 가끔 가슴이 짠하게 젖어 온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는 그 겨울 감자를 아주 맛있게 먹었고, 엄마와 나는 외삼촌께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연우 hso10210@daum.net 한맥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현대시문학 추천 완료. 창녕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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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05 [15:54] ⓒ 울산광역매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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