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 분이 난생 처음 집으로 온 소장을 받아 보셨습니다. 태어나서 법원 문턱도 가본 적 없으시던 이 분은 깜짝 놀라 부랴부랴 어디 좋은 변호사가 없는지 수소문을 하시고는,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셨습니다. 나중에 판결문을 받으셨지만, 어르신은 판결문에 적힌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는 어르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잘못해서 어르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말이 맞는 걸까요.
앞의 예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어르신과 변호사 사이의 법률정보 수준 차이에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정보의 수준이 다른 것을 경제학적 용어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역 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역선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역 선택의 예로 주로 중고차 시장을 듭니다. 중고차 시장에 고품질의 차와 저 품질의 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매자는 자신이 구매하려는 차량이 고품질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중간 가격 이상은 지불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다들 중간 정도 가격만 지급하게 되면, 고품질의 차량을 가진 사람은 팔아 봤자 손해를 보기 때문에,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시장에는 낮은 품질의 차만이 남게 됩니다.
법률시장도 역 선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실과 낮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건을 맡기려는 곳이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모든 의뢰인이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보는 있습니다. 어떤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선임료가 낮고 다른 사무실은 비싸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선임료가 낮은 사무실에 사건을 맡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변호사 사무실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당사자에게 확신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법률서비스의 경우 최선을 다해도 승소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의뢰인들에게 이런 부분을 납득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낮은 선임료를 받고 사건을 선임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선임이 이루어진 이후의 문제인 ‘도덕적 해이’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낮은 선임료를 받는 경우, 그 사건에 대해 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의뢰인으로써는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보니, 변호사 사무실 입장에서는 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물론, 법률시장을 오로지 경제학적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제 주변에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선임 비용에 관계없이 도와주시고자 하시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변호사 수가 늘어나고, 법률시장이 어려워질수록 점차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은 모두 법률이용자인 일반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입니다.
역 선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뢰인에게 승소율을 알리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방법은 사건 수나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한계점이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의 경우 승소 사례금 약정이라던가, 서울 대형 로펌 등에서 활용하는 시간제 보수 약정 등이 보완책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약정 역시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최근 법률시장은 여러 부분에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법률서비스 이용자들이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는 부족해보입니다. 앞으로 법조계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