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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시인   기사입력  2016/07/13 [14:06]
고개 숙인 주홍 나리꽃 붉게 빼문 혀가 길다
매미가 한바탕 쏟아낸 울음
울음 사이 뜸도 길다

물풀에 걸려 흔들리는 누군가의 흰 다리처럼
늘어진 치마폭 아래 옥잠화는 자꾸 눈이 감기고

이른 봄 한차례 도끼질에 
뼈 환히 드러나는 감나무 어깨에
날개처럼 이파리 몇 낱 돋아있다

진초록 윤기가 흐른다
위풍당당 번쩍이는 햇살의 창날을
저 혼자 잘린 몸통으로 막아선다

단호하다
그늘이 파랗다
상사화 한 촉 우아하게 입술 벌리며
분홍 향기를 가만히 풀어내는 한낮

 


 
▲ 송은숙 시인  
한여름, 한낮의 풍경은 하얗다. 하얀 더위 속에 정원의 풀과 꽃들이 축 쳐져 시들거릴 때, 감나무 잎만 아연 진초록 윤기를 흘리며 반들거린다. 무슨 까닭인지 한쪽 가지가 잘려 거의 토막처럼 서 있는 나무이다. 꼿꼿이 서서 위풍당당한 햇살의 공격도 단호히 막아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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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3 [14: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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