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무너질 때 그 길을 걸었다
겨우겨우 걸음 떼다가 더는 디딜 수 없어 멈춰 서자
오래된 위태로움이 천 길 낭떠러지로 산산조각 나 나부끼고
목숨은, 궁지에 몰리면 신출귀몰하는지 절벽이 바닥이 되고 끝은 시작이 되었다
마음이 심란할 때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여유 있는 삶이라 했던가. 삶이 복잡하고 힘들수록 그 반대편의 여백이 그립다. 더는 물러설 틈이 없어 차라리 벼랑 끝으로 나를 내몰았더니 벽이 등을 내밀어 보행길을 열어준다. 하늘도 따듯한 눈물을 흘리신다. 목이 메일 때 중국 장가계 천문산에 올라 귀곡잔도를 걸으며 삶의 엄정함을 깨닫는다.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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