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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숨뿌리
 
안태현 시인   기사입력  2021/07/21 [17:46]

숨에도 

볼 수 없는 뿌리가 있다

이식도 안 되고 재배도 안 되는

 

내 앞가림도 못 하던 시절 

가파른 언덕에서 뛰어내리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숨이 턱 막혀

마른 가랑잎처럼 몸을 뒤틀자 겁에 질린 동무들은 다 도망가고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겨우 되찾은 숨뿌리

 

조금씩 숨에 숨을 이어가며 

살았구나   

안도하던 눈물 

 

가끔 산에 오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그때의 숨뿌리가 보인다

 

내가 나무의 세포인지 

고래의 후손인지 모르지만

숨 쉬는 일은 

어쨌거나 우주에 입술을 대고 삶을 맛보는 것

 

숨을 쉬고 있으면

어쨌거나 사람이라고 부르겠지 

말도 걸어오겠지

 


 

 

▲ 안태현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죽음의 문턱에서 겪었던 공포의 경험 탓에 "숨"은 관념으로 인식되기 쉬운 삶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감각적 매체로서 자리하고 있다. "숨"은 삶에 대한 철학적 의미 이전의 실재성을 나타내는 것이자 죽음과 대립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표에 해당한다. 더욱이 그것이 "이식도 안 되고 재배도 안 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숨"은 한 개체에게 고유한 "숨뿌리"의 성질을 지닌다. 개체는 자신의 내부에 "숨"의 뿌리를 내림으로써 비로소 생존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숨뿌리"는 대단한 방법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숨에 숨을 이어"갈 때 형성되는 것이다.

 

 

안태현

 

전남 함평 출생

2011년 『시안』 등단

시집 『이달의 신간』 

『저녁 무렵에 모자 달래기』(문학나눔 선정도서)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산문집 『피아노가 된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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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1 [17:4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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