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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김보라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2/03/02 [09:25]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79307

 

이 영화는 개봉당시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1994년은 우리나라의 역사상 가장 가슴 성수대교가 무너진 해였습니다. 감독 자신도 실제로 학생으로 1994년을 경험했었고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은 시나리오에 그대로 녹아서 평범한 14살의 여중생 '은희'를 통해 그 시절 10대의 여중생이 경험해야할 조용하지만 거대한 세계의 변화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감정선이 매우 디테일해서 과연 이 어린 학생이 연기해낼 수 있을까 싶지만 세상을 오래 살아본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한 느낌을 다 이해해서 표현했다기보다는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내면의 연기를 아주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공식대로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세상을 만나며 남들 모르게 깨지고 성장하는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기를 다시 되돌아보면 육신적이나 정신적으로는 가장 잔인한 시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학생때 생기는 신체적인 변화로 인해 어른들은 아직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은 청소년들을 마치 어른처럼 대할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칠때도 아주 어릴때는 훨씬 더 관용적인 태도를 좀 더 엄하게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겉으로만 큰 것처럼 보일뿐 실제 마음은 너무나 여립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청소년은 자기가 지금까지 알던 세계가 붕괴하고 새로운 세계의 눈을 뜨게 됩니다. 아버지는 춤바람이 나고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실성한듯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오빠는 부모의 전폭적인 기대를 한몸에 안고 있지만 틈만 나면 자신을 구타합니다. 언니는 고등학생이지만 아무것도 관심이 없이 탈선을 반복합니다. 

 

은희를 둘러싼 가정과 사회의 변화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보다 더 은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조금 더 작고 직접적인 관계의 변화와 균열이었습니다. 자신을 좋아한다던 후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떠나고 남자친구도 엄마에게 붙잡혀 자신을 떠나버립니다. 결정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던 서울대 출신의 한문 선생님은 성수대교 붕괴로 목숨을 잃습니다. 은희의 상실감은 충분히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본인들의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미숙한 부모의 무관심과 가족이지만 무정한 사람들과의 관계로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영화의 주제는 은희의 아픔을 가장 공감해주고 이해했던 한문 선생님의 위로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벌새는 새중에서 가장 작은 새로 몸길이가 5센티밖에 되지 않아 애벌레와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작습니다. 그러나 1초에 무려 90번의 날개짓을 할 수 있습니다. 벌새의 이 경이로운 날개짓은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성수대교나 견고하게 자신을 보호해줘야 할 가정의 울타리, 그리고 큰 위안이 되었던 친한 친구의 배신같은 아픈 크고 작은 세계의 붕괴와 균열에도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은희의 노력을 대변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다는 한문 선생님의 말을 떠올리며 슬픔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은희의 모습은 그 당시를 살아온 사람들 모두에게 울림이 됩니다. 

 

실제로 질풍노도와 같은 청소년 시절, 은희같은 수많은 청소년들 역시 자신의 세계가 조용히 무너지는 것을 보고 두렵고 떨리지만 이 알수 없는 두려움과 박탈감을 벗어나서 마음을 의지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런 성장통을 당연한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립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겪었던 부모의 무능함과 견고해야할 관계의 붕괴는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때가 많습니다. 이 상처를 이해하고 옆에서 돕고 안내해줄 멘토의 존재는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것입니다. 이 시기에 무엇이 들어가느냐가 그 아이의 인생을 좌우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은희의 감정을 보듬어 안고 상처가 아닌 미래를 위해 제대로된 답을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공감을 넘어 그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답을 줘서 구멍난 마음을 엉뚱한 것으로 메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 답은 오직 복음뿐입니다. 다른 것은 잠깐은 위로가 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처럼 잠깐의 충만이 될뿐 곧 다시 공허를 반복하게 됩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무엇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답을 줘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출처] 2022년 3월 2일 오늘의 영화 : [벌새] 김보라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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