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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꼬불꼬불 꽃 피우다
기사입력  2022/11/30 [17:11]   이복희 시인

사는 일이 영 맛이 없을 때

배롱나무 아래에 가서 

주전부리 라면을 떠올려 보는 것이지

선생님 눈길 피해

상처투성이 책상에서 빠르게 움직이던 손

꼬불꼬불 영어책 뒤에 감춰둔 

생라면, 몰래 입 안에 넣어도 

좀체 꼬부라지지 않던 발음들 

이쯤에서 교정하고 싶어지지

비워낸 빈 봉지들 팔랑 바람에 날아와 

시들어진 인생에 걸릴 때

칠월 배롱나무 휘어진 가지는 냄비 세상

바글바글 꽃을 끓이는 것이지

아직 뭔지 모르는 인생살이

흔들릴 만치 흔들려도 결국,

나무의 관절이 터트린 꽃망울

인생, 그거 주먹으로 살살 부수다 보면

튀어 나가 흔들림 속에 머릴 풀고

짭조름한 후회의 맛에도

어떻게든 길들어야 하지 

내 생의 후반부는 언제쯤 제대로 

작열하듯 꽃의 뚜껑을 열까 

 

 


 

 

▲ 이복희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배롱나무꽃이 피면 여름이 온 것이고, 배롱나무꽃이 지면 여름이 간 것이라 한다. 배롱나무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불꼬불한 생라면을 떠올리게 된다. 주전부리가 없을 때, 주먹으로 부순 라면에 라면스프를 넣고 봉지째 흔들면 라면과 스프의 맛이 어우러져서 세상에 둘도 없는 간식이 된다. 라면으로 주전부리를 해온 50ㆍ60세대는 배롱나무 아래서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오를 것이다. 마음은 아직도 붉은 배롱나무꽃 같은데, 명예퇴직이니 사업실패로 실전에서 물러나는 세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여름 꼬불꼬불 피어나는 배롱나무꽃처럼 인생의 후반부가 작열하듯 꽃피울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복희

 

경북 김천출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년 문학시대 수필 신인상

2022년 『계간』시에 시 신인상

선주문학상, 매일신문사백일장 장원, 에세이문예상 작품상

시집 『오래된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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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 22/11/30 [19:57] 수정 삭제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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