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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교육격차
기사입력  2023/05/29 [18:21]   양소빈 울산 북구 천곡초 행정실장
▲ 양소빈 울산 북구 천곡초 행정실장     © 울산광역매일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넓은 운동장에 서 있다. 출발선에 일렬로 서서 선생님의 질문에 Yes는 앞으로 한 발짝, No는 뒤로 한 발짝 가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코로나 상황에 사교육으로 학습을 보충할 수 있었다`라는 질문에 앞으로 가는 친구 뒤로 가는 친구가 나뉘었다. `나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 때 집에서 점심을 챙겨주며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다` 또 앞으로 한 발짝 가는 친구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친구가 나뉘었다. 이렇게 여러 질문을 마친 후 마지막 도착지점을 향해 모두 뛰라고 했다. 가장 앞서 있는 친구는 겨우 두 발짝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출발선에서도 한참 뒤로 간 친구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도 없거니와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려 꼴찌로 통과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학급에 있는 아이들의 교육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실감나는 방송의 한 장면이었다. 

 

 게임이 끝난 후 제작진이 아이들과 개별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뒤쪽에 남겨진 아이는 친구들과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은 앞쪽에 있는데 나만 뒤로 가는 게 속상했다고도 했다. 또 자신은 질문에 정직하게 반응하여 뒤에 머물렀는데 거짓으로 속이고 앞으로 간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착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게임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선두그룹에 있던 아이들은 뒤에 있는 친구들을 함께 손잡아 이끌어 주고 싶다고 했다. 

 

 애초에 출발점이 달랐으니 꼴찌를 한 것이 아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출발점을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었기에. 타고난 가정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출발점이 뒤처진 아이들을 평균 집단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은 공교육의 고유 영역이다. 이러한 공교육시스템이 잘 작동할수록 우리는 공정한 사회로 인식하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더 깊어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손질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사회구조와 제도를 교육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야 한다.

 

 로스 킹이 쓴 도서 `피렌체 서점이야기`에는 카르톨라이오(cartolaio)라는 직업군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적상, 제본업자, 문구상, 삽화가, 출판업자 역할을 하면서 피렌체 필사본 거래의 중심이 되었다. 종이를 파는 지물포 수준을 넘어 주문받은 필사본을 직접 제작하거나 중고 필사본을 구해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의 카르톨라이오는 필경사, 세밀화가, 양피지 제조공, 금박공과 협업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책을 만들어 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던 열 한 살 어린 소년 베스파시아노는 카르톨라이오라는 직업의 세계에 몸담게 되었다. 그는 서점의 견습공으로 들어가 책을 만드는 실력과 지식을 차곡차곡 쌓았다. 필사본의 오류를 찾아내 바로잡는 귀신같은 능력을 지니면서 고객들과도 남다른 친분도 쌓았다. 이렇게 주변 서적상들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어린 베스파시아노는 진정한 카르톨라이오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식혁명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는 입문한 지 10년 만에 이탈리아의 필사본 전문가가 되어 훗날 세계 서적상의 왕이 되었다.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된 데는 베스파시아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한다. 그는 모든 책이 수개월간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던 시대에 압도적인 지식으로 무려 천 권의 책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선배 카르톨라이오인들의 도움과 인도 없이는 불가능했던 베스파시아노 컬렉션은 런던, 파리, 코펜하겐, 빈, 부다페스트, 에스파냐, 바르셀로나,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소장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런 기반 없이 혼자서 무언가 이루려 하면 난관에 부딪쳐 좌절하기 쉽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응원도 함께 보태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울산교육청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특별교부금 113억원을 포함한 123억원을 지원하여 학습결손과 사회성 결손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과보충, 심리정서 회복, 학습지원튜터 프로그램 추진을 위해 115억원을 지원한다. 1수업 2교사제 운영, 교육결손 해소 현장지원단을 운영하여 사업 모니터링과 성과분석을 실시하며 우수사례 나눔 공유로 학교현장을 지원한다. 결손을 경험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동기를 강화하고 교우관계 형성과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계의 다양한 노력으로 우리 학교 현장 어딘가에선 피렌체의 어린 카르톨라이오가 자라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잘 성장해 주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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