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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서북미문인협회> 교차의 순간
 
전병두 시인 수필가   기사입력  2024/02/25 [16:46]

▲ 전병두 시인 수필가  © 울산광역매일

 지난 주 미국 축구경기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캔자스는 온통 축제의 장 그 자체였다. 미국의 50개 주를 누르고 우승을 했으니 그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만도 하다. 그 날 경기를 시청한 자들의 수는 일억 이천 삼백만명이나 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인의 삼분의 일이 시청했다는 놀라운 시청률이었다. 

 

 오늘 캔자스시에서 우승 축제 행사가 열렸다. 시가지 행사장에는 우승한 선수들과 임원진들을 환영하는 백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고 하늘에서는 은빛 축하 꽃 잎이 쏟아져 내렸다. 무대에서는 음악과 춤이 어울러지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따따따따 하는 연발 총격소리가 들렸고 인파 저쪽 편에서는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고가 터진 것 같았다. 불안과 긴장이 삽시간에 관중들을 압도하였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들이 사고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중계하던 방송국의 한 앵커는 눈이 휘둥그레져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축제가 공포의 현장으로 돌변하였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였고 현장에서는 총격으로 쓰러진 사람들이 보였다. 한 차례의 소용돌이가 지난 후 경찰청에서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총격으로 한 사람이 사망하였고 다친 사람이 22명이지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들 중에는 어린아이들 여덟 명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하였다. 시시각각으로 통계는 바뀌고 있었다. 잠시 후 다친 사람은 30명이 넘어섰다고 하였다. 세 사람의 용의자가 체포되고 그 중 두 사람이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축제의 현장은 두려움과 탄식 그리고 슬픔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짧은 순간에 극과 극을 오고 가는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삶에도 기쁨과 슬픔이 어느 정도 함께하기도 하고 순간 순간 바뀌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에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를 경험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기쁨과 환희의 현장 캔자스시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었다. 

 

 기쁨과 슬픔의 교차 순서가 반대라면 얼마나 좋을 까 생각해 본다. 슬픔 중에 빠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낭보로 두 손을 높이 들고 감격의 만세를 부를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실제로 오늘 그런 일이 뉴스를 타고 귓전으로 찾아왔다. 전쟁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두 사람이 구출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었다. 한 사람은 60대의 남성이었고 다른 한 사람도 5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그들은 거의 죽음의 문턱에서 구출되었다. 그 무서운 공포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 된 그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자신들을 구출하기위해 도움의 손길이 오던 그 순간의 긴박감은 가장 짧은 순간이지만 어쩌면 가장 긴 시간의 흐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현대를 가리켜 사람들은 초스피드의 시대라고 한다. 좋은 의미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우리들을 혼란으로 빠뜨리게 하기도 하는 듯하다. 애써 익힌 지식이 다음 날 일어나 보면 이미 빛 바랜 지식이 되기도 하고 반짝 반짝하던 최신의 정보가 하루가 지나면 낡은 지식으로 밀리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더디 얻더라도 그 생명력이 길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자기를 평생 업으로 사는 사람이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세미한 공정을 들여 아름답고 단단한 도자기로 탄생시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뜨거운 용광로에서 지루한 시간을 버텨내어야 비로소 쓸모 있는 그릇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고고학자들이 땅속에서 발굴한 옛 토기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것들이 있다. 그 긴 세월을 땅속 어둠 속에서 자신을 삭이며 버텨 낸 것이 장하다. 그들은 세월의 흐름을 탓하지 않는다. 묵묵히 참고 기다리는 것을 오히려 미덕으로 삼는 듯하다. 

 

 순간의 찰나가 생사를 가름하는 현대의 문화가 인간성을 지우는 도구가 될까 두렵다. 느리게 가더라도 앞을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삶이 그리워진다.

 

 축제의 기쁨이 순간에 그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더 그리워진다. 오래도록 비록 평생은 아니더라도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삶의 세계를 동경하는 오늘이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수필가, 시인,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1995년 오리건, 유진 시로 이민

2023년 상록수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 수상

2023년 서북미문인협회 주최, 제19회 뿌리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2023년 제4회 타고르문학상 공모전, 시부문 우수상, 수필부문 작품상

뿌리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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