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는 지방정부가 건의하는 주요 현안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하다가 돌아서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전시컨벤션 센터에서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이 한 말이다. 이날도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그린벨트 해제, 농지 이용규제 완화 등을 울산시가 제안한 대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들 말대로라면 올해 울산시가 추진할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가 시ㆍ도지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규모를 기존 30만㎡에서 100만㎡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당장 그린벨트가 해제돼야 민선 8기 주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울산시로선 특히 환영할 만 한 일이다. 하지만 확대된 권한만 지방정부에 넘기고 실제 사업에서 중앙정부가 이것저것 개입하면 확대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겉으론 지방정부 권한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사전 심사나 협의 과정에서 제동을 걸면 이런 시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 아닌가. 대통령 앞에선 `화끈하게` 그린벨트를 풀어 줄 것 같다가 대통령이 없으면 딴소리를 하니 김 시장이 그런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울산 전체 면적의 약 25%가 그린벨트다. 그중 약 3분의 1만 풀렸다. 울산 그린벨트는 울산시가 경상남도에 속해 있을 당시 설정됐다. 따라서 당시 울산 그린벨트 위치는 도시 외곽지역이었지만 광역시로 승격된 지금은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도시 한 가운데 그린벨트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도로 하나 제대로 뚫기가 쉽지 않다. 이 방해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울산광역시는 이전 그린벨트 범위 속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한다.
울산 그린벨트 해제는 울산시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이에 부응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지역 사정은 해당 지자체가 더 잘 안다. 중앙정부가 이것저것 간섭하고 개입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지방정부는 개발사업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할 수 없어 헉헉대는데 중앙부서가 책상머리에 앉아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바람에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지금 발등의 불이 되지 않았나.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현지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바로 중앙부서 관계자들의 탁상행정 자세다. 대통령앞 약속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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