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정치`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자정야(政者正也)`라 했다. `정치란 바름이다`라는 뜻이다. 위정자 개인의 행동거지와 신념이 올바름을 지향해야 하고 이를 통해 나라 전체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인들이 국가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일에 골몰하여 정치의 방향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국민은 도외시하고 `바름`에서 벗어나 부정부패와 패거리 정치집단이 된 지 벌써 오래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해지며 나라의 미래에 대해 별생각이 없고 너도나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판치게 된다. 

 정치지도자 중에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분도 없다. 젊은이들이 본받아 따라 하고 싶은 어른들이 부재하다. 오히려 정치와는 다른 분야에서 귀감이 되는 분들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더 큰 반향을 준다.

 지금 한국 최고의 기사는 신진서이다.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진 최강 라인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순간에 신진서가 그 계보를 이어 나가며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단신으로 중국 기사 5명을 물리치며 세계 바둑대회에 우승하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다. 신진서의 신문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어릴 때부터 바둑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성장 하여 왔다.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AI 바둑 공부는 정말 재미없다. 그런데 그 재미없는 공부를 열심히 한 기사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재미없는 걸 가장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나는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나에게 바둑은 전쟁이고 시합은 전쟁터이다. 언제나 100% 최선을 다한다" 신진서가 전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각고의 세월, 연단의 아픔을 겪지 않으면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20대의 그가 말한다. 한길로만 나가는,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의 중후한 풍모가 이 젊은이한테서 느껴지지 않는가.

 김성근 감독은 요즘 `최강 야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새로 나온 그의 `인생은 순간이다`를 읽다 보면 군데군데 밑줄 긋거나 하이라이트 하느라 진득하게 읽을 수가 없다. 그의 삶은 거짓이 없다, 진실을 관통하는 일관된 삶이다. 기존 질서나 기득권과 투쟁으로 점철된 그는 감독 자리를 7번이나 잘렸다고 한다. 프런트와 적당히 잘 지내면 장수했을 텐데 왜 그러셨을까? 책의 서문에 나온 그의 말을 들어 본다. 

 `나는 야구에 사력을 다하며 살았다. 야구를 위해서 살아왔고 야구밖에 모르고 살았다. 말하자면 야구는 내게 인생의 전부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행하며 살아야 한다. 그냥 사는 인생은 없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다`

 남에게 교훈을 주는 삶을 사는 사람은 20대의 젊은이나, 80대의 노인이나 같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잘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가지고 다가온다. 정치지도자들이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정신이라도 조금 가진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을 텐데 하는 조그만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