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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담쟁이 정부
 
조선이 시인   기사입력  2024/03/05 [17:24]

봄도 벽을 도맡을 담쟁이를 뽑는다

원래 땅의 민심에 붙어서 자랐으나

덩굴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표가 있어야 한다 

 

한파 끝 하늘은 깃발들이 즐비하고

그 아래 사람들도 오며 가며

눈도장을 찍는다

 

각 덩굴에도 일치하는 공약은 있다

벽을 온통 뒤덮겠다는 것

도태는 차석이면서 낙선이다 

물오른 명분에 순순히 말라줘야 한다

 

도시의 현수막도 우후죽순인 만큼

봄은 무능한 겨울을 심판하는 계절이다

 

이제 용틀임을 하며 막판 뒤집기 시도하는 

덩굴도 있을 것이며

배틀려 위로 뻗다가 중도 하차하는 

덩굴도 있을 것이다

 

봄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비방이 낳은 길에서 비판을 처방하고

과열 경쟁에서 양보를 배우고

부도난 수표처럼 잎들을 떨굴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햇살이 잎들의 기표에 들어가고 있다

잎맥에 점 복(卜)이 제대로 기입되었는지

일일이 재확인 중이다

 

담벽 앞에 선 나도 각 후보 줄기의 정세를 살핀다

저들 중 하나가 여름을 개혁할 것이다

 

마감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 무리 참새가 마른 잎사귀에 매달려

발 도장 꾹 누른다

 


 

 

▲ 조선이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도시 어디에서나 접하는 현수막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굳이 선거철이 아니어도 홍보물이 넘치는 사회에서 우리는 도시 미관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다. 담벼락에 붙어사는 담쟁이도 행정기관이 있어 질서 유지를 위해 선거를 치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조선이

 

등단 ; 2022 투데이직장인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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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5 [17:2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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